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펀드평가 등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는 지난 한 달간 8.5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로, 같은 기간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증시가 곤두박질쳤던 중국(-4.13%)과 러시아(-6.23%) 펀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적이다. 이 기간 북미는 1.76%, 국내 주식형 펀드는 -1.66%를 기록했다. 베트남 펀드는 설정액도 크게 늘어 지난 한 달 동안 406억원이 몰려들었다. 508억원이 늘어난 북미에 이어 두 번째다. 안전자산 선호로 북미 펀드에 자금이 몰렸지만 한 달간 수익률은 베트남이 7배 이상 높은 셈이다.
개별 펀드로 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자]UH(주식)(A)’가 9.7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으며 삼성자산운용 ‘삼성베트남[자]UH(주식형)C’가 9.65%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유리베트남알파[자]UH(주식)-C/A’ ‘HDC베트남적립식1(주식)C-P’ 등도 9%대 수익을 올렸다.
상반기에 변동성을 크게 보이며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되살아나는 것은 베트남 VN지수의 상승이 그대로 펀드 성과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 7월11일 893.16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후 4주 넘게 상승세를 이어가며 15일 오전10시06분 현재(현지시각) 980.36포인트선까지 회복됐다. 베트남 경제지표가 여전히 경기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및 터키발 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시가 4개월간 조정 기간을 거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베트남의 7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14.3%, 11.1% 증가했으며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32개월째 확장세다. 7월 소비자물가는 4.5%, 근원 소비자물가는 1.4%로 통화 및 금리 정책을 바꿀 만큼 물가 압력이 강하지 않다. 무디스는 10일 베트남 국가의 신용등급을 B1에서 Ba3(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불거진 미국발 터키 제재로 인해 주요 신흥국 환율은 급등, 증시는 급락했다”면서도 “동화의 절하 폭은 미미한 가운데 VN 지수는 최근 반등 국면 속에서 신용등급 상향 재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표면적으로 외국인 투자가는 베트남 주식시장에 대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초 이후 7월까지 VN지수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2조9,000억동으로 매수 우위이며 포트폴리오 투자 또한 올해 2·4분기까지 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기지로 부각하고 있어 VN지수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베트남을 비롯해 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신흥국이 다시 투자 대상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