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형 아파트의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10년 이후 입주 물량이 늘어난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 과잉이었고, 소형 아파트는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여기에 1~2인 가구와 임대 수요가 늘면서 수요자들은 소형 아파트로만 몰렸다. 전용 59㎡와 84㎡에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고 때로는 역전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실제로 2012년 12월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는 전용면적 161㎡가 16억1,000만원에 팔렸지만 같은 달 그보다 작은 전용 144㎡가 6,500만원 비싼 16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이렇게 굴욕을 겪었던 대형 아파트가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3~4년간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만큼 대형 아파트가 ‘갭 메우기’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중소형에 대한 청약가점제의 영향으로 분양시장에서 대형 평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17일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135㎡ 이상) 매매가격 지수는 0.22% 올라 전 전용면적 구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대형(95.9㎡ 이상 135㎡ 미만)이 0.12% 올라 뒤를 이었으며 중형(62.8㎡ 이상 95.9㎡ 미만) 0.02%, 중소형(40.0㎡ 이상 62.8㎡ 미만) -0.06%, 소형(40㎡ 미만) -0.15% 순이었다.
대형 아파트 상승률이 중형 아파트를 뛰어넘은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지난해 1월 중형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은 0.04%로 대형(0.00%), 중대형(0.02%)보다 높았다. 그러나 그해 2월부터 중대형 및 대형 아파트가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현대아파트 전용 114.59㎡는 지난해 11월 14억원에 거래됐지만 올 4월에는 16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5개월여 만에 2억8,000만원이 올랐다. 반면 중소형 평수인 전용 85㎡는 지난해 11월 12억6,500만원에 거래된 뒤 올 3월 15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2억5,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또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31.76㎡는 올 3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1월 거래가인 17억5,000만원에 비해 4개월여 만에 1억원이 올랐다. 반면 전용 83.06㎡는 올 6월 12억3,000만원에 거래돼 지난해 11월 거래가(12억3,000만~12억5,000만원)에서 변동이 없는 상태다.
분양시장에서는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이 대형 아파트로 몰리면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6일 1순위 청약 접수를 시작한 경기도 광명시 ‘철산센트럴푸르지오’에서는 6가구를 모집한 전용 105㎡ 타입에 185명이 몰려 31대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서울 성북구 ‘꿈의숲아이파크’에서도 최고 경쟁률이 전용 111㎡(130대1)에서 나왔다.
최근 들어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뒤늦게 상승률 ‘갭 메우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서 가격 차가 거의 좁혀지자 대형 아파트가 상승률 따라잡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한동안 중소형 아파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를 했다가 집값이 크게 오르자 대형도 뒤늦게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며 “중소형과 대형 간 가격 차가 축소되면서 갈아타기가 더 수월해진 것도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