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미래사업 경쟁력 확보수단으로 적극적인 해외 M&A 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초대형 M&A가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 확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713억달러(약 80조원)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된 디즈니의 21세기 폭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디어 플랫폼 산업 지형 변화가 유발한 초대형 M&A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딜에 치중돼 있었다. 삼성의 하만 인수(9조원)가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이 이번에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초대형 M&A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이 기록도 조만간 경신될 가능성이 커졌다.
M&A 실무를 현장에서 직접 지휘할 담당 임원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M&A 대상 분야를 큰 틀에서 정해 인수 의지를 밝히면 그다음 공은 임원들 몫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들의 활약상에 따라 삼성의 글로벌 M&A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B 업계에서는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 혹은 기획팀 소속 임원이었다가 현재는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인사들을 주목하고 있다. 안중현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안 부사장은 과거 삼성과 한화의 방산 계열사 매각 딜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삼성의 대대적인 사업재편을 주도했던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을 바로 곁에서 보좌했다. 미전실 때부터 현재 사업지원TF까지 안 부사장과 함께하고 있는 이승욱 전무, 윤준오 상무도 삼성 내 M&A 키맨으로 분류된다. CJ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출신인 기획팀 소속 홍승오 상무도 핵심 인물로 꼽힌다. 홍 상무는 기획팀에 속해 주로 M&A 거래 대상을 물색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M&A 진행 실무를 주도한다면 안 부사장이 M&A를 진행할 수 있도록 ‘M&A 매물’을 물어다 주는 건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최고혁신책임자(CIO) 사장과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근으로도 알려진 이들은 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머물며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이 부회장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정보력과 전문성이 이 부회장의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 M&A 조직은 사실상 하나의 독립된 부티크(boutique)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법률과 회계, 사업적 안목, 과감성 등 M&A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전문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