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수유·신촌 등 서울 도심 위주로 공급=20일 산업계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 D&D는 최근 미국계 투자자 안젤로고든으로부터 인수한 서울 서초 메트로빌딩 부지에 고급 임대주택을 지을 예정이다. 앞서 SK D&D는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위치한 서초 메트로빌딩을 1,490억원에 인수했다. SK D&D는 이 자리에 고급 임대주택과 리테일 시설 등이 결한된 믹스드유즈(Mixed Use) 형태의 임대주택을 선보인다. SK D&D는 서울 수유와 신촌에서도 임대주택 부지 매입을 진행 중이다. 공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공급 시기는 2020년 이후로 예상되며, 한 부지당 500여실 정도의 임대주택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SK D&D는 서울 도심 역세권이나 교통이 좋은 곳 위주로 임대주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급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요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 임대주택리츠가 투자하는 자산의 대부분이 도쿄와 같은 대도시 권역에 몰려 있다. 일본 최대 부동산회사인 미쓰이부동산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임대주택리츠 ‘니폰 어커머데이션 펀드’는 전체 자산의 85% 정도가 도쿄 23구 안에 위치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증권화협회(ARES)에 따르면 전체 임대주택리츠가 담고 있는 자산의 약 75%가 도쿄·오사카·아이치현 등 대도시 권역에 있다.
◇일본 사례 참고해 다양한 비즈니스 선보일 예정=SK D&D는 이번 임대주택 준비 과정에서 일본의 사례를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주로 분양 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버블경제가 붕괴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주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소유에서 거주로 주거 문화가 변하고 인구 구조의 변화로 소형 가구가 크게 증가하는 등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다. 기존 분양 위주의 주택 사업을 해오던 미쓰이부동산과 같은 회사들이 주로 공공이 공급하던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기 됐다.
SK D&D는 일본의 전례를 볼 때 향후 한국에서도 임대주택시장이 확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 D&D는 임대주택 사업 진출을 위해 외부 컨설팅 기관과 함께 관련 비즈니스를 연구하고 작년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는‘주택임대관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작년 2월에는 경력직 공개채용 공고를 내고 임대주택 개발 및 플랫폼 기획 인력을 뽑았다. SK D&D는 단순히 임대주택에 투자해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개, 주거 서비스 등 임대주택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를 검토 중이다. 실제 일본의 부동산 회사들도 임대주택사업과 연계한 다양한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 예로 도큐부동산홀딩스그룹이 출자한 콤포리아레지던셜리츠가 제공하는 주거 관련 서비스인 ‘웰박스(WELBOX)’에는 2,000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나열돼 있다. 웰박스에는 렌터카, 가사대행 서비스 등은 물론이고 영어회화 학원, 영화관, 해외 호텔, 리조트 이용 등 단순히 주거를 넘어 삶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연계돼 있다. SK D&D는 롯데자산개발의 ‘어바니얼’, 코오롱글로벌의 ‘커먼타운’, KT의 ‘리마크빌’과 같은 자체 임대주택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주택임대리츠’ 만들어 상장 추진=SK D&D는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임대주택리츠를 한국거래소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우선 작년 말에 설립한 리츠 AMC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임대주택 개발 단계부터 리츠를 설립해 초기에는 기관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준공 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계에서는 공모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은 다수의 임대주택리츠가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공실률 변동이 큰 오피스나 물류센터, 리테일 등 다른 자산과 달리 임대주택은 거주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수요가 안정적이고 캐시 플로(현금 흐름)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한 건물에 다수의 주택이 들어 있기 때문에 임차인 분산 효과가 있어 한 임차인이 나가더라도 공실률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없다. 공실률이 발생했을 때 새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임대주택리츠인 니폰 어커머데이션 펀드의 공실률은 2%(2018년 2월 기준)에 불과하며,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7개의 임대주택리츠도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