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고용참사’가 현실화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고용쇼크의 원인과 책임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은 일제히 청와대 경제라인의 전면적인 교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여당은 현재 고용위기의 원인을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돌리며 소득주도 성장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전날 당정청 회의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프레임을 폐기할 용의가 없는 것 같다”면서 “지지집단을 뛰어넘어 국민 전체를 위해 결정해야 하는데 확실히 잘못된 프레임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은 수출 주도 경제구조에 맞지 않는다. 우리에게 맞지 않으면 단추를 풀고 새로 끼워야 하는데 지지그룹의 눈치를 보며 바꾸지 못하고 있다”며 “이 인재(人災)를 언제까지 가져갈 것이냐는 생각이 든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사실상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 폐기와 정책 전환을 주문한 발언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와 경제 참모진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바른미래당은 고용쇼크의 원인으로 ‘실패한 정책을 주도한 청와대 참모’와 ‘잘못된 참모에 의존한 대통령’을 꼽으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지금 당장 청와대 경제 참모진부터 전면 교체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동안 범여권으로 분류돼 정부 여당의 우군 역할을 해온 평화당도 경제수장 교체를 촉구하며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이날 “이념에 사로잡힌 청와대 참모들이 주도하고, 무리한 노동정책을 강요하는 정부 여당의 무책임에 실패의 이유가 있다”며 “청와대 정책실장은 독불장군 플레이어가 아니라 지휘자로 바꾸고 고용부 장관은 즉시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야권의 공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려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소득주도성장론 엄호에 적극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를 거두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소의 시간을 고통스럽지만 인내해야 한다”며 “정부는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한 재정 확대와 함께 공공의 역할과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성장정책의 양축 중 하나인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전날 당정청 긴급회의에서 공감대를 이룬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발언이다. 고용 악화의 원인을 전임 정권에 돌리는 발언들도 잇따라 쏟아졌다. 당권 도전에 나선 이해찬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조~27조원 정도를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산업에 투여할 수 있는 재정투자가 굉장히 약해졌다”며 “그 돈을 4차 산업혁명 쪽으로 돌렸으면 지금쯤 기술개발, 인력 양성이 많이 돼서 산업의 경쟁력이 많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박근혜·이명박 정권 10년간 성장잠재력이 낮아진 결과가 지금의 고용쇼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상·송주희·박우인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