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시그널 8월 21일 오전 7시 55분에 게재됐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나서면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글로벌 1위 업체로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회계이슈에 휘말려 얼마 동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삼성바이오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간 바이오시밀러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싶어도 외부 변수가 걸림돌이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점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최대주주라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다국적 제약사의 바이오의약품에 주력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을 수주할 경우 기술유출 등을 핑계로 기존 글로벌 고객사가 대거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생산은 글로벌 시장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규모와 품질에서 글로벌 바이오업계로부터 전반적인 신뢰를 구축한 증거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규모에서 연간 36만ℓ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구축해 세계 1위 CMO 전문기업으로 올라섰다.
품질에서도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 생명과학 전문지 라이프사이언스리더스와 시장조사업체 인더스트리스탠더드리서치가 발표한 ‘2018 CMO 리더십 어워드’에서 전 부문을 수상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MO 전문기업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수상의 쾌거를 올리는 등 품질면에서도 국제적 신뢰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역량·전문성·호환성·품질·신뢰성·서비스 6개 분야를 평가하는 이 상은 CMO 전문기업에게 의약품 생산을 위탁한 100여개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선정하기 때문에 글로벌 CMO 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반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전관왕을 수상했던 독일 베링거잉겔하은 올해 품질 항목에만 이름을 올렸다.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는 각각 서비스와 신뢰성 부문에서 간신히 수상기준을 넘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생산에 돌입하면서 추가 바이오시밀러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가 나온다. 당장 지난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아키젠의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수주가 유력하다. 아키젠은 현재 올해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도 생산공장 다변화는 바이오시밀러의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특성상 생산공장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면 원료 수급 차질이나 공장가동 중지 같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향후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임랄디’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 연구개발 자회사를 둔 모회사가 해당 제품의 위탁생산에 나선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성과 경쟁력을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도 글로벌 최대 규모의 CMO 전문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은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최대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