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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되는 부동산신탁...금융업계 너도나도 영업인가 준비나서

NH투자, 한국투자, 미래에셋대우, 메리츠금융지주 등 준비

올해 중 최대 2개 업체 인가 계획...전문성 부족에 과열논란도

정부가 올해 중 부동산신탁사를 추가 인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은행·증권·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이 국내 등장한 지 30년 만에 최대 호황기를 맞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신탁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신탁업 인가에 대비하는 업체는 줄잡아 6~7곳이다. 금융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금융지주의 지원 아래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메리츠금융지주도 인가에 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 5곳도 컨소시엄을 이뤄 인가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사관학교로 불리는 대우건설 출신 임원들도 신탁사 설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신규 인가 신청을 하기보다는 기존 신탁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부 분위기다. 대형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신탁업계에 은행이 직접 신규 진출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신규 인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전했다.


1991년 등장한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투기 억제책으로 도입됐다. 신탁사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수탁받아 운용하거나 개발해 수익을 나눈다. 주로 아파트 분양 개발 등 주택사업에서 활발한데 신탁사는 자금조달과 공사발주는 물론 분양과 임대까지 책임진다. 부동산 신탁은 사업비 조달 주체에 따라 크게 차입형과 관리형으로 구분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개발자금을 신탁회사가 자체 자금으로 조달해 사업에 투입한다. 대규모 자본조달 능력과 건설능력을 갖춘 대형 부동산 신탁사가 가능한 영역이다.



금융지주 계열의 은행이나 증권사가 부동산 신탁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는 차입형 신탁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권은 부동산개발 사업에 단순히 돈을 대출하는 역할만 맡았지만 최근에는 사업권을 따내 시공할 건설사를 선정하고 필요한 자금을 직접 투자하거나 주선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금융지주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사업이다. 신한지주는 건설사 영역이었던 민자 인프라 사업권 입찰에서 현대건설을 눌렀다.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리하는 역할을 부동산신탁사에 맡길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부동산 신탁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조합 중심의 재개발·재건축은 관리 부실과 비리로 내부 반발이 이어지며 사업 진척에 어려움이 많았다. 2016년 법 개정으로 부동산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을 직접 시행할 수 있게 되자 업체들이 뛰어들어 성공사례를 만들고 있다. 10년 이상 진전이 없던 대전 용운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을 2,267가구 대단지로 개발해 분양에 성공한 한국토지신탁(034830)이 대표적인 사례다. 증권사 부동산 금융 관계자는 “조합 대신 신탁사가 사업을 맡으면 조합 설립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면서 “증권사는 해당 개발사업을 유동화해 금융 투자상품을 만들고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신탁 업계에서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상황, 그리고 금융회사들의 신탁업에 참여할 경우 전문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은 금융 전문성과 함께 건설 시공 설계 및 소송 리스크 등에 대처할 능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대형 자본을 앞세운 금융기관들의 진입은 단계적으로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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