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미봉책 그친 2022학년 대입개편 ‘교육제도 불신·갈등’ 불씨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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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정시 소폭 확대로 결론이 났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하고 “정시모집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 권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수능은 주요과목을 상대평가로 유지하고 문·이과 학습부담 감축을 위해 국어와 수학을 공통과목+선택과목 체계로 바꾸기로 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방식도 공정·투명성을 위해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단순화한다. 내신성취평가제(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차기 정부인 2025학년도에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대 관심이었던 정시확대 비율이 30%선으로 정해지면서 줄세우기 교육을 개선하려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와 공정한 입시를 주장하며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을 어정쩡하게 봉합한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시파와 정시파로 갈린 진보·보수진영의 교육계와 시민단체 어느 측도 만족시킬 수 없는 수준이어서 양측의 거센 반발과 함께 교육제도를 둘러싼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개혁 흐름 전복시키는 퇴행적 방안” vs “정시 45% 확대 여론 외면한 독단적 결정”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에서 수능 전형의 구체적 비율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평균 40% 정도가 적절하다는 시민참여단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가 밝힌 ‘30%이상’은 눈치보기식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이 나왔다. 정시 비율의 확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정시 확대가 줄세우기식 교육으로 회귀해 교육계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발도 거세지자 소폭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시파와 수시파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양쪽의 반발만 거세지는 모습이다.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좋은교사운동 등 진보성향 교육·시민단체는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에 따라 학점제로 고교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이 파기됐다”며 “세계 교육의 보편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이번 대입제도 개편안은 국정지지도에 연연해 교육개혁을 주저한 문재인정부가 직접민주주의를 가장한 형식적 공론 절차로 만든 안”이라며 “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갈팡질팡 행보를 보인 교육부의 무책임·공론절차에만 매몰된 국가교육회의의 무능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정시 45%이상 확대를 주장해온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전형을 45%이상으로 확대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도 수능전형 30% 확대를 결정한 것은 국민의 뜻을 짓밟은 폭거”라며 “김상곤 부총리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모임은 “이번 교육부 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번 결정을 취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앞으로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번 결정을 취소하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론 눈치보기 대입제도 개편 ‘입시의 정치화’ 초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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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에 대한 정책결정을 미룬 것은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과 어긋나는 정시 확대 여론이 거세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능 절대평가로 정책 방향을 잡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공정 비판여론이 드세지면서 결국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공론화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거친 대입 개편안은 사실상 현상유지에 가까운 ‘개편 없는 개편안’으로 되돌아왔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만 더 키웠다는 비판을 몰고 왔다. 또한 진보·보수 교육·시민단체간의 상반된 주장과 갈등으로 ‘입시의 정치화’ 바람이 불며 국가백년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위주의 대입에 대한 불신으로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측과 창의적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둬 절대평가를 강조하는 측의 대립도 갈수록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계층이동을 위한 주요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갈수록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대입제도에 대한 불신과 계층이동을 위한 교육사다리가 좁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번 2022학년 대입개편은 ‘창의적 교육시스템’과 ‘공정한 교육시스템’ 사이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미봉책 때문에 교육제도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선거나 여론 눈치보기식의 정책 공론화가 아닌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진정한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교육제도를 풀어나갈 때이다.

이정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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