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인수전에서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의 가격 차가 3,000억원 내외로 좁혀진 가운데 배당금과 임직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상금 등을 놓고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해당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고 가격산정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최종 가격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매각가격을 놓고 MBK파트너스는 주당 5만원(경영권 프리미엄 25%)인 2조4,000억원을, 신한금융은 2조1,000억원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일부 부대비용을 떠안는 조건으로 2조2,000억원에 합의를 이루고 조만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라고 밝힌 만큼 가격조율을 놓고 막판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ING생명 매각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크게 배당·보상금·자본건전성 세 가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통 인수합병(M&A)을 할 때 계약 시점을 떠나 올해 수익에 대한 배당은 MBK파트너스가 모두 챙겨가게 될 것”이라며 “배당금액은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에 계약서에만 명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NG생명은 주요 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고 올해도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 2,700원의 배당금 지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주당 2,400원보다 높아진 것으로 배당 수익률은 6.5%에 해당한다. ING생명은 당기순이익에서 자본규제를 지키기 위한 비용을 제외하고 최대 50%를 배당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예상되는 당기순이익이 3,500억원임을 고려하면 지분 59.15%인 MBK파트너스 측은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매각에 관여하는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당금 지급 여부는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 간 협상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배당금을 가져가면 그만큼 매각가격은 낮아진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이사회 통과가 관건인 만큼 공식적인 매각가격을 낮추는 대신 배당금이나 보상금 분담을 통해 MBK파트너스 측에 실질적인 이득을 얹어주는 식으로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HK저축은행을 매각할 때도 배당금액을 차감하고 거래를 마무리 짓기도 했다.
매각 후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 역시 막판 조율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은 주요 임원과 연봉계약 과정에서 매각차익의 최대 5%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 규모를 최대 1,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임원 이외 직원들도 매각 후 MBK파트너스 측에 보상금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보상금 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 여기에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추징세 부과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보상금을 얼마나 지급할지, 지급 주체는 신한금융이나 MBK파트너스 중 누가 될지 혹은 공동으로 분담할지에 따라 매각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NG생명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평가는 매각가 상승 요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 부채 평가에 대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ING생명은 국내 보험사 가운데 가장 유리한 보험사로 알려져 있다. 특히 새 기준 도입에 따라 보험사 부채 상승 요인이 되는 저축성 보험 상품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부채 상승으로 인한 자본 확충 부담이 적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은 지난 17일 정기 이사회에서 ING생명 인수 현안을 보고했다. 이사회 멤버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도 재무재표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오버페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금조달에 있어 신한금융은 지난 21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 조사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만 1조1,100억원의 자본확충에 성공해 원활하게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에 신한지주의 지난 6월말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7%인데,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완료되면 117.3%까지 떨어져 출자여력은 총 2조8,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한편 조 회장은 북미 기업설명회(IR)를 위해 오는 27일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연기설이 나오고 있어 늦어도 다음달 3일 신한금융 창립 17주년 기념행사 전에는 SPA 체결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