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코리아(비자카드)가 국내 8개 카드사를 상대로 해외이용 수수료율을 기존 1.0%에서 1.1% 수준으로 일방적으로 올린 데 대해 국내 카드사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했다며 제소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내 카드사들은 연간 150억원의 추가 수수료 부담을 떠안게 됐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 부진을 보이는 카드사로서는 설상가상인 상황을 맞이했다.
23일 금융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비자카드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년여 만이다. 비자카드는 지난 2016년 5월 국내 8개 카드사를 상대로 해외이용 수수료율을 기존 1.0%에서 1.1%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카드사들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에 제소했다. 해외이용 수수료는 국내 카드 회원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비자나 마스터 등 국제 브랜드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를 의미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와는 무관하게 수수료는 지난해 1월부터 적용돼왔고 수수료 1.1% 중 인상분 0.1%에 대해서는 카드사들이 연간 150억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왔다.
공정위는 비자카드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일방적으로 해외이용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는지 등을 놓고 집중 조사해왔다. 하지만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것은 맞으나 이 같은 지위를 남용했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린 게 아니라 기존 관행대로 비자카드가 6개월 전에 수수료 변경을 통지하는 절차를 밟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공정위 처분으로 비자카드 등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큰 해외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에 국내 카드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카드사들은 이번 처분으로 매년 150억원가량의 추가 수수료 부담을 안게 됐고 추가 인상 시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이번 기회에 국제 브랜드 해외이용 수수료를 카드사가 대납하는 구조를 아예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대납 부담에 따른 이익 감소까지 짊어지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이 신용카드 약관 변경을 통한 국제 브랜드 해외이용 수수료의 소비자 부과 안에 대해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반발 등을 감안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수수료 부담 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는 하나 결국 카드사들의 부담만 커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비자카드에 대해 무혐의 결론이 나면서 유니온페이(은련카드)에 대한 카드사들의 공정위 제소 추진도 힘을 잃게 됐다. 중국 카드사인 유니온페이도 일방 통보를 통해 지난해부터 해외결제 수수료를 0.6%에서 0.8%로 올리고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앴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최대 0.8% 정도의 유니온페이 해외결제 수수료를 대납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국제 브랜드가 없는 국내 카드사들은 글로벌 카드사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