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날카로운 시선으로 다양한 여성 이야기 쓸 것"

'미스 플라이트' 박민정 작가

딸의 사인 추적하는 아빠가 화자

부성애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여성의 성장 서사 그려

차기작, 가까운 이웃·친척 이야기

박민정 작가 인터뷰./송은석기자박민정 작가 인터뷰./송은석기자



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대상을 휩쓸며 최근 크게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떠오른 박민정이 첫 장편소설 ‘미스 플라이트’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신작 출간을 맞아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민정은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했다. ‘미스 플라이트’에 항공기 승무원이라는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비인간적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갑질, 인권침해, 방산 비리, 내부 고발 등 다양한 내용이 담긴 것도 이야기 욕심이 유독 많은 그의 작가의식 때문인 듯싶다.


‘미스 플라이트’는 근무하던 항공사에서 노조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죽음을 택한 딸 홍유나와 평생 몸담았던 군대에서 비리에 가담하고 침묵했던 아버지 홍정근의 이야기다. 죽은 유나의 이야기는 그가 남긴 편지로 계속되고 정근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딸이 죽음을 택한 이유를 추적한다. 유나를 죽은 인물로 설정하고 유나와 오랜 시간 감정적 교류가 없었던 아버지를 화자로 내세운 이유에 대해 박민정은 “딸이 관심을 가진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어떤 계기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탄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 작품에서도 작가의 주제의식을 내포한 인물보다 그렇지 않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왔는데 인물과 세상이 부딪히는 그런 뾰족함이 탄력적으로 느껴져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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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 작가 인터뷰/송은석기자박민정 작가 인터뷰/송은석기자


만 24세라는 어린 나이에 등단해 글쓰기가 중심일 것 같은 박민정의 삶도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문학 밖에서 문학을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그는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했고 박사과정은 연극과에 합격했다. 유독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다.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고 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떠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대학 시절부터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했다. 이번 작품도 아버지가 화자인 만큼 부성애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유나’라는 여성의 성장 서사를 그렸다. “제가 여성이다 보니 여성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그동안 여성의 관점에서 쓰인 소설도 많이 없었고요. 제 생각에 페미니즘은 제일 세련된 학문이고 좋은 것인데 한국에서 많이 고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기작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냐고 묻자 그는 “가족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이모·고모처럼 나와 떨어져 있지만 친밀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며 “다음 작품은 이모·고모·삼촌·아주머니·아저씨 등 가까운 이웃이나 친인척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신중한 관찰자’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글만 잘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좋지만 세상 보는 시선이 뭉툭한 작가의 작품이 잘 쓰이기까지 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나이브(naive)’한 시선이 세련된 글로 쓰이면 현혹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공부하고 노력해서 저의 글재주만 믿고 아무 얘기나 써도 되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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