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근혜 항소심서 징역 25년] "朴 '삼성합병' 찬성 개입"...韓정부, ISD서도 먹구름

'항소심 판결' 주요 증거 채택땐

정부, 엘리엇과 소송전서 불리




박근혜 전 대통령 항소심 판결 직후 한국 정부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벌이고 있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는 과정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승인이 있었다’는 법원 판단이 앞으로 예정된 ISD 과정에서 엘리엇 측 주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주요 증거로 쓰일 수 있어서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24일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승인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안건을 처리한 게 복지부의 부당한 지시 때문이라고 봤다. 또 투자위가 합병안에 찬성한 배경에도 비합리적인 합병 비율, 급조된 합병 시너지 분석 결과,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압력 행사 등이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한 복지부의 개입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승인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말 당시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에게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를 챙겨보라”고 지시한 점을 꼽았다. 또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문제를 담당자인 고용복지수석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종범 경제수석이 관여한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관련기사



국내 국제중재 변호사들은 이날 판결 내용이 한국 정부와 엘리엇의 ISD 과정에서 양측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물론 엘리엇 측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국정농단 재판을 양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사안으로 꼽고 있어서다. 합병 전 삼성물산 지분을 갖고 있던 엘리엇은 “박 전 대통령에서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은 물론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며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한국 형사법원은 박 전 대통령, 행정부 구성원, 국민연금 직원 등의 위법 행위 결과로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제안되거나 합병이 통과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가 한국 정부의 주장과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 주장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한 국제중재 변호사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재판부 판단이 앞으로 있을 ISD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논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엘리엇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데 따라 ISD 과정에서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현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