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담보 위주의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신용대출이나 지분투자 등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기업대출 실험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차량플랫폼 기업 ‘비마이카’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비마이카는 차량 정비·이용·구매서비스를 제공하는 차량플랫폼 전문 기업으로 이번 투자금을 단기 렌털 시장 선점을 위한 정보기술(IT) 기반의 플랫폼 확장을 위해 쓰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은 이 같은 잠재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1,500억원의 기술금융 펀드를 조성했다. KEB하나은행은 기술벤처 투자를 위해 한국벤처투자와 1,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는 앞으로 4년간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개별 펀드에 출자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펀드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5년간 1조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상품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혁신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0억원을 직접 투자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진행한 투자공모에 200곳이 넘는 기업이 지원했으며 기술력과 사업성이 유망한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담보 없이 신용으로만 대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 대출의 선두주자인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 2017년 말 47조5,365억원에서 지난달 말 47조8,502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을 적극 강화하기 위해 기술력이 좋지만 지본력이 약한 기업들을 꾸준히 발굴해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신용대출을 꾸준히 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 신용대출 금리와 담보대출 금리 간 차이가 좁혀지고 있어 기업들이 오히려 신용대출을 선호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IBK기업·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의 평균값은 지난달 기준 5.22%로 전년 동기 대비 0.08%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반면 부동산 등 물적 담보를 잡고 내준 중소기업 대출은 평균금리가 같은 기간 3.39%에서 3.67%로 0.28%포인트나 상승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용대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담보대출과의 금리 차이가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재무제표 위주의 기업여신 심사 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성장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통해 신규 고객으로 영입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업여신에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하는 기업심사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고, 우리은행은 올해 초부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대출심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오픈심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중소벤처 기업 지원 및 기술평가를 전담하는 중소벤처금융부를 신설했으며 기술평가 전문인력을 2015년 6명에서 지난해 20명으로 늘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 신용대출이나 투자를 무작정 늘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술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심사제도가 확립되면 과거보다 부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