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북제재가 비핵화 촉진한다는 트럼프의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대북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다. 이는 북한이 보다 빠르게 움직이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에는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먼저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주 초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앞두고 북한에 ‘선(先) 비핵화 후(後) 대북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트럼프의 메시지가 비단 북한에만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북한의 비핵화 속도와 상관없이 남북관계를 진척시키겠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선 비핵화를 내세우며 연일 북한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우선순위를 놓고 한미 정상 간 견해차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관련기사



한미 양국의 공조도 심상치 않다.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미 국무부는 “제재 위반 여부를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대북제재를 위한 일치단결을 외치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조차 이제는 남북경협 속도를 둘러싸고 한미 간 인식차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할 정도다. 대북제재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예전 같지 않은 한미관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계획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찾는다 해도 3차 방북 때처럼 빈손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런데 한미관계까지 흔들린다면 비핵화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미 공조에 틈이 있다면 서둘러 메우고 느슨해졌다면 더욱 조여야 한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데 남북관계 개선만 서두르면 사태해결을 더 꼬이게 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