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휘령(사진) 세아제강 부회장이 현지 공장을 활용해 미국의 통상공세를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무역공세 탓에 수출여건이 악화하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이 부회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통상환경을 둘러싼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기존에 세웠던 대응방안을 안착시키는 데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쿼터제로 지난해 절반 수준(51%)의 물량만 미국에 보낼 수 있는데다 개별제품에 관세까지 붙으면서 강관업체들의 수출길이 점차 좁아지는 상황. 한국 공장에서 수출하지 못한 물량을 미국 현지 공장(SSUSA)의 생산량을 늘려 대응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세아제강이 지난해 미국으로 보낸 물량은 약 50만톤 수준으로 이 중 유정용 강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50%(25만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 쿼터제가 발동되면서 대미 유정용 강관 수출량이 12만톤으로 제한된 만큼 최대 생산 규모가 15만톤에 달하는 SSUSA의 가동률을 높여 지난해 수준의 물량을 팔 계획이다. 현재는 SSUSA 가동률이 30%에 머물고 있지만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쯤에는 70~80%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세아제강 측은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지 원자재(열연) 가격이 급등한 만큼 수급이 쉽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왔지만 지금은 잘 해결된 상태”라며 “공장 가동률을 곧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정용 강관과 함께 세아제강의 핵심제품인 송유관 수출 피해를 상쇄하기 쉽지 않은 점은 고민거리다.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 중 40%(20만톤) 정도를 차지하는 송유관의 올해 쿼터는 10만톤 수준으로 예상된다. SSUSA에서는 송유관을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10만톤 정도의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현지 가격이 전년 대비 15% 이상 뛰면서 그나마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미국이 최근 세아제강에 1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아제강 측이 현지 공장 증설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존에 없던 송유관 라인을 새로 들여 피해를 만회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