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반도 허니문' 막 내리나...무거워진 文 내달 방북 발걸음

"비핵화 충분한 진전 안됐다"

트럼프, 북미 협상판 흔들어

美내 종전선언 회의론도 커져

트럼프 특유 '변덕 전술' 관측속

韓정부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등

관계 개선 속도에 제동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만찬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철회했다.  /로이터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열린 공화당 만찬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발표 하루 만에 철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께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전격 취소하면서 또다시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었다. 비핵화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북한을 압박하는 한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등 남북 관계에 드라이브를 거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오는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을 발판 삼아 연내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에게 이번에는 북한에 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티븐 비건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방북 계획을 취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배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내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며 “북한과의 관계에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계속돼온 ‘한반도 허니문’이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셉 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뉴욕타임스(NYT)에서 “북한이 쉽게 비핵화 전면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 오랫동안 알려진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라며 “워싱턴은 이제 북한에 대한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핵 리스트와 맞교환할 것으로 예상됐던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내 회의론이 커진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번 결정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백악관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에서 미국의 제안이 거절당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로운 제안(종전선언)을 들고가야 했다”면서 “그러나 종전선언와 관련해 미 정치권 내 논란이 많아 내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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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북 취소를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변덕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북미정상회담을 약 2주 앞두고서도 갑자기 회담 취소를 발표한 전례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과 미중 무역 문제 등을 부각해 현재 자신에게 불리한 국내 정치상황을 타개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9월 평양 정상회담을 앞둔 우리 정부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해 확답을 주지 않는 것이 우회적인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연락사무소 석유·전기 공급이) 제재 위반인지, 아닌지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경 펠로인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 교수는 “미국은 ‘우리가 이렇게 나가니까 한국도 알아서 보조를 맞추라’는 메시지를 포함한 것”이라며 “여기서 앞으로 나가면 아직 총소리도 안 울렸는데 혼자 출발선을 끊어 ‘실격’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괜히 민족 공조를 앞세우면 한미 관계만 불편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며 협상의 불씨를 남겨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소식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과 곧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나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욕=손철특파원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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