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文 소득주도성장 강행] 경제정책 고수로 지지층 결집...주말새 연쇄 '반격 카드'

"前정부와 달라야 한다" 강박감에 경제정책을 이념화

전문가들 "장밋빛 전망 더이상 안돼" 정책수정 요구




전직 장관은 26일 ‘고용의 질과 양이 개선되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건 위기감에서 나온 정면돌파다. 지지층을 결집해 야당·보수층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용지표와 분배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다소 위험할 정도로 고용지표 등을 낙관적으로 해석해 반대진영의 공격을 막아내고 역공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청와대 내에서는 다각도의 분석을 내렸을 테고, 결국 지지층 결집 카드를 꺼냈을 것”이라면서 “경제의 정치화가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나빠지는 경제지표를 정치를 통해 반격하고 방어막을 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2~3년 뒤 성과가 나타나는 만큼 밀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를 앞으로 더 강하게 펼칠 것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실제로 문 정부 출범 이후 소득주도 성장에 매진한 결과는 고용 쇼크와 양극화 심화였다. 주된 정책목표였던 서민들의 삶은 1년 새 더 어려워졌고 지난 2·4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5.2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이 같은 성적표를 들이대며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하라며 몰아세우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6월 지방선거 참패로 문 닫을 지경에 몰렸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기회로 삼아 부활을 꾀하겠다는 듯 나날이 공세의 강도는 거세지고 있다.


올해 들어 나오는 경제지표마다 위기감이 더해지고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자 정부는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전략 수정을 모색하는 듯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혁신성장에 무게를 두며 대기업을 적극적으로 만나 투자와 고용을 이끌어냈다. 오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도 폐기했다. 그러나 주변의 압박은 갈수록 강해졌고 정부의 전략 수정 기미에 지지층까지 기대를 저버렸다며 돌아서기 시작했다.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주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6%까지 떨어지자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판단이 소득주도 성장의 강화로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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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정면돌파 의지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25일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하루 만인 26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긴급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속도를 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임 통계청장에는 소득분배 전문가인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선임했다.

정부가 실패 논란에도 소득주도 성장 강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통한 지지층 결집과 실제 이 기조를 유지하면 2~3년 뒤에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강한 확신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적폐로 규정하고 확실한 차별화를 내세워 출범한 정권으로서는 경제정책 역시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깔려 있다. 애초 경제정책의 세 바퀴를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제시해놓고서도 지금까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눈에 띄는 정책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만 앞으로 혁신성장 등 다른 바퀴에 무게감을 실어주며 소득주도 성장을 강화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혁신이나 규제 개선으로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소득주도 성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높지 않은 것은 해당 정책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정책의 진의와 효과에 대한 대국민홍보가 부족한 탓이라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 주요 참모들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국정홍보비서관직을 최근 신설해 적임자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0%대를 확고하게 지키는데다 내년까지 세수 호조가 이어지고 당분간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수출 여건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주변 환경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상황이 점점 더 꼬여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은 상황에 의존해야 하고 때에 따라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데 정권 이념에 갇혀 고집만 부리는 모습”이라며 “화초도 시들면 회복이 안 되듯 더 기다리면 암담한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민병권기자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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