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김성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이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내각 정보관과 지난달 베트남에서 비밀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미국이 대북협상과 관련해 계속 진전 상황을 업데이트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비밀회담 사실을 미국에 전하지 않은 데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그런 보도가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일일이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각 부인하지 않으면서 북일 접촉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냉랭하던 북일관계는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달 초순 억류했던 일본인 영화제작자 스기모토 도모유키씨를 지난 26일 전격 석방하면서다. 앞선 일본인 억류자들이 풀려나는 데 2~5년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약 보름이 걸린 이번 석방은 이례적으로 빨랐다. 이와 관련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일본 관광객을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관대히 용서하고 공화국 경외로 추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과 미국을 통한 간접 접촉 대신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WP에 따르면 일본의 한 당국자는 “납치자 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 정부만 믿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책임 이행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경술국치일을 맞아 게재한 정세해설에서 “일본이 과거 청산을 성근(성실)하게 하는 것은 단순한 실무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일본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과거 청산을 똑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