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 경영효율화 없는 공공성 강화는 毒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전국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양질의 일자리, 상생·협력 같은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기관의 경영철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동서발전의 신규 인력 추가 채용과 원주 혁신도시의 지역인재 채용 등 사례까지 들며 “공공기관의 공공성 회복이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이익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되는 등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주문이다.


공기업도 경제주체의 일원으로 일자리 창출과 성장에서 해야 할 역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공공기관의 실정을 보면 우려가 앞선다. 공공성만 강화하다가 가뜩이나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경영효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예산은 지난 10년간 326조원, 인력은 지난해 45만명으로 5년 새 7만명이나 늘어났다. 현 정부 들어서도 공공기관 인력은 증가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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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만도 2만2,553명을 신규 채용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7조3,000억원에 불과해 1년 전의 15조4,000억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부채도 500조원에 육박한다. 조직은 갈수록 커지는데 천문학적 부채는 그대로인 채 경영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방만 경영은 계속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는 8,363억원으로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적자의 와중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 공공기관도 있었다. 실상이 이런데도 공공기관 구조개혁은 말뿐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공공기관을 환골탈태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문 대통령도 이날 경영 효율화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니 걱정스럽다. 공공성에 집착하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지금 정부가 공공기관에 할 일은 공공성 강화를 채근하는 것이 아니라 방만·부채경영을 벗어나도록 구조개혁의 고삐를 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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