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병역시스템 붕괴" vs "양심의 자유 침해"

대법 '양심적 병역거부' 공개변론

당초 대법 1·3부가 심리했지만

중대성 감안 전원합의체에 회부

검찰·변호인 주장 첨예하게 대립

사건 최종 결론은 연말께 나올듯

“대체복무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처벌이 무력화되면 병역 시스템이 붕괴됩니다.”(검찰)

“형사처벌로 인해 헌법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양심의 자유가 침해됩니다.”(양심적 병역거부자 변호인)


3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청사 대법정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현장. 이날 상고심 대상은 현역병 입영과 예비군 훈련 소집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뿐이었지만 법정에 쏠린 관심은 지대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양심적 병역거부자 900여명의 운명이 이 상고심에 달려 있는 것은 물론 국민적인 관심도 높기 때문이다.

이날 최대 쟁점은 병역법과 예비군법에 규정된 ‘병역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종교나 양심이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피고인 3명 가운데 2명은 1·2심에서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해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나머지 1명은 무죄판결을 받았다. 일반인은 물론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검찰과 변호인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부딪혔다.


피고인 변호인은 “국가안보를 개인에게 강요하면 개인은 언제나 진지한 양심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종교의 권리 주장이 아니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옹호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개인의 양심을 국가가 일일이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병역거부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더구나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면 정당한 사유를 해석할 필요조차 없어진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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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판에는 검찰과 변호인뿐 아니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7개 기관·단체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회 전반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절차였다.

검찰 측의 참고인으로 나선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객관적으로 검증이 안 된 상태에서 개인의 주관적인 소신을 무조건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합리적인 대체복무제가 전제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특혜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의 참고인인 이재승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우리와 안보 상황이 비슷한 콜롬비아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며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전시에도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전원합의체를 통해 양심 실현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이미 판단했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06년부터 우리나라가 자유권규약 제18조를 위반했다는 견해를 수차례 공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인권재판소도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아르메니아 정부가 인권규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급심에서 여러 차례 무죄 선고가 나오면서 대법원 차원의 기존 판례의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6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 근거가 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도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제5조 1항(병역종류조항) 등에 관해서는 헌법불합치로 판단하면서 이번 상고심 판결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공개변론 대상 사건들도 당초 대법원 1·3부가 심리했으나 사안의 중대성 때문에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대체복무제 도입 전 기소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최종 결론은 올 연말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외국 사례와 정부·국회의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 현황 등을 고려해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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