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IFA] 삼성넥스트가 투자한 獨 스타트업 '그로버' 가보니

허름한 건물서 출발한 1인 기업

'獨구독경제' 중심으로 자리매김

마이클 카사우 그로버 창업자



베를린의 야노비츠 전철역에서 냉전 시대 옛 동독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성냥갑 건물’들을 따라 1분여를 걸으면 나타나는 허름한 5층 건물. 1층에는 자동차 정비소가 영업 중인 이 건물 3층에는 독일 베를린의 현지 스타트업 그로버(Grover)가 있다.


그로버는 최근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최고혁신책임자(CIO)가 이끄는 삼성넥스트 등으로부터 3,700만유로(약 48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삼성넥스트가 독일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첫 사례다.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 기기, 드론 등 최신 정보기술(IT) 기기 대여를 사업모델로 하는 그로버의 젊은 창업자 미하엘 카사우(사진)를 ‘IFA 2018’이 열리는 독일 베를린에서 29일(현지시간) 만났다. 그로버도 이번 IFA에 정식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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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버 임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하며 토론하고 있다./베를린=한재영 기자그로버 임직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하며 토론하고 있다./베를린=한재영 기자


삼성넥스트는 지난 7월 그로버에 투자한 사실을 알리며 “그로버의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사업모델이 관심”이라고 밝혔다. 구독경제는 특정 기간 단위로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누리는 형태를 말한다. 월 정액제로 넷플릭스의 동영상 콘텐츠를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 일정 금액을 내면 면도날을 매달 4~5개씩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소유’에서 ‘대여’로 소비가 전환되는 트렌드가 구독경제다. 카사우는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은 최신 트렌드를 좇고 끊임없는 혁신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면서 “삼성이 그로버에 투자한 것도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로버는 현재 4만명이 넘는 ‘구독’을 확보하고 있다. 카사우 혼자였던 직원 수는 45명까지 늘었다. 대여 대상 종류는 1,000개가 넘는다.

‘스마트폰을 가능하면 많이 팔아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은 사업모델이 아니냐’는 질문에 카사우는 “이런 사업구조가 오히려 기기 제조사가 최신 기술을 시장에 내놓도록 할 것”이라면서 “IT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을 늘린다는 의미도 있다”고 소개했다.

2015년 카사우가 그로버를 창업하기 전까지 3층 사무실은 원래 댄스 강습소로 쓰였다. 1층은 여전히 자동차 정비소가 영업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아마존이 허름한 차고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한 것 같은 분위기다. 삼성이 이런 구석진 곳에서 빛나고 있던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 것이다. 카사우는 “이곳은 마치 미국의 브루클린과 같은 곳”이라면서 “개발이 덜 된 듯한 투박함이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분위기와 잘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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