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개발비용을 과도하게 자산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지적을 받아 중징계가 예상됐던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최근 회계 이슈로 주가가 동반 급락했었는데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30일 오전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서 “선진국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관행을 모든 국내 기업에 즉각적으로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 자금이 필요한 산업 특성 등을 고려해 연구개발(R&D)비용을 어느 시점에서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감독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선진국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회계기준을 국내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연구개발(R&D) 비용 등의 자산화 기준을 탄력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바이오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경우 자산화를 수용하고 2상인 경우에도 상황에 따라 자산화 수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김 부위원장은 또 제약·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감독 방식도 제재 목적이 아닌 ‘대화와 지도’를 통한 계도 중심의 방식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고의적으로 회계처리를 위반한 경우가 아닐 경우 적시 수정 등을 권고해 기업들의 제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얘기다. 김 부 위원장은 “감리 결과 중대·명백한 위반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지만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감독 당국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기준을 9월 중으로 구체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들의 회계기준을 탄력 적용하는 대신 막무가내식 자산화 처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입증 책임도 분명히 했다.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기업들이 연구개발비와 상관 없는 항목들까지 자산화 처리해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인 입증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