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글로벌 현장에서] 싱가포르서 꿈꾸는 아세안 협력의 미래

안영집 주싱가포르대사

혁신·아이디어로 富 일군 싱가포르

스마트네이션 등 정보기술 접목 나서

IT 선진국 한국도 손잡을 만한 분야

싱가포르 발판 동남아 교류 확대를

안영집 주싱가포르대사



올여름 한국에서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들은 기록적인 폭염 탓에 동남아시아가 오히려 시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적도의 섬나라 싱가포르는 겨울 최고기온도 30도를 넘나드는 무덥고 습한 나라다. 그런데 열대의 나라 싱가포르에서도 해발 2,000m의 높은 산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명물로 꼽히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있는 실내 정원 클라우드 포리스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35m의 실내 인공폭포와 고산식물들이 시선을 압도하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높은 산에 오른 듯 서늘한 기운마저 느껴진다. 싱가포르에서 제일 높은 곳이 해발 163m에 불과한 부킷티마힐이라는 점은 인공산을 실내로 들여와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발상을 더욱 참신하게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은 작은 섬나라 싱가포르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한다. 건물 꼭대기에 배를 올린 형상으로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스카이라인을 수놓은 각양각색의 고층빌딩이 좋은 예다. 싱가포르가 현대 건축의 기술력과 미학을 보여주는 거점이 된 배경에는 기존 건물과 차별화된 새로운 디자인을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역사와 문화는 부족하나 기술과 자본력에 디자인과 상상력을 더한 혁신으로 새로운 문화와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아시아 국가에서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과 각종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국가경쟁력 지표 등도 싱가포르의 성공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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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멈추지 않는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다양한 요인이 있으나 싱가포르 정부가 내세운 혁신·창의·개방에 대한 의지와 이를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일상생활에 접목해 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스마트네이션 정책은 혁신성장으로 미래먹거리를 발굴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우리 신남방 정책의 주요 협력 분야이기도 하다. 스마트네이션의 대표적인 예로는 전자결제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지난해부터 상대방의 전화번호만으로 은행 송금이 가능한 시스템이 도입됐고 내년에는 호커센터라는 서민형 식당가에서도 QR코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또 내년부터 11만개 가로등의 센서와 얼굴인식 기능으로 보행자 중 테러·범죄 등의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국지적인 날씨나 교통량 변화까지 예측하는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대중교통에서 이용자와 차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정 노선이 아닌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의 하나다.

이 같은 시도들은 정보통신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시도되거나 논의되고 있는 것이기에 국가 간 혹은 기업 간 협력을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협력의 기회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와의 보다 폭넓은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4월 개최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동남아 26개 주요 도시에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합의 도출을 주도했다.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혁신을 이웃 동남아 국가와 공유하고 공동의 번영을 이루겠다는 의지다.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는 첨단기술을 통한 도시 밀집화, 물 부족, 환경오염, 빈곤 등 아세안 국가 공통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 선정된 26개 도시는 각자 외부 파트너와도 협력해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빈곤 국가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온 대한민국이 이들에게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국빈 방문 시 양국이 체결한 해외 스마트시티 분야 공동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는 이러한 협력의 첫걸음이다. 우리의 기술력이 싱가포르의 혁신성과 결합해 아세안에서 새로운 번영의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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