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 채솟값이 한 달 만에 30% 급등하면서 지난달 농산물 가격이 1년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경유·휘발유 가격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민들의 체감 살림살이는 팍팍해졌지만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째 1%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시적 누진제 완화 효과로 전기료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에 머물렀다. 농산물·석유류를 뺀 근원물가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0%대로 떨어져 경제활력 둔화마저 우려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4%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1.8%) 이후 11개월째 1%대에 머무르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농산물이 7% 뛰면서 전체 물가를 0.33%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월 대비로는 14.4% 올랐다. 그 중에서도 폭염에 작황이 나빠진 채소류는 전달 대비 30% 급등했다. 2016년 9월(33.2%) 이후 2년여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배추는 전달보다 71%, 시금치와 무도 각각 128%, 57.1% 치솟았다. 이에 따라 채소·과일·생선·해산물 등 50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3.2% 올라 전달(0.1%)보다 크게 뛰었다.
국제유가 상승에 석유류 가격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2% 뛰어 전체 물가를 0.52%포인트 끌어올렸다. 생계형 화물차에 많이 쓰이는 경유 가격은 13.4%, 휘발유는 11.0% 올랐다.
지난달 외식물가(2.6%)를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2.4%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분의 절반인 0.77%포인트를 차지했다.
밥상물가와 기름값이 뛰는 가운데서도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전기·수도·가스 공공요금이다. 지난달 전기·수도·가스는 8.9% 하락해 전체 물가를 0.35%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다. 7~8월 누진제 구간 조정에 따른 한시적 완화로 전기료가 16.8% 하락한 영향이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기료가 전월과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1.7%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경제의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물가 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 상승률은 0.9%에 그쳤다. 1999년 12월(0.5%) 이후 18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0%대로 떨어졌다. 전기료 인하 효과를 감안하지 않았을 때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부진한 상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도 전달에 이어 전년동월대비 1.0% 오르는 데 그쳤다. 역시 2000년 2월(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3%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가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으로 작성된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