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위한 DNA 영장 발부 과정에서 대상자가 법원에서 의견을 진술하거나 불복하는 절차를 두지 않은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간부 최모씨 등이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디엔에이법)’ 제8조가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다만 해당 조항 효력을 즉시 없앨 경우 DNA 감식시료 채취를 허용할 법적 근거가 완전히 사라지는 만큼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로 결론지었다. 이번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는 2019년 말까지 해당 법을 개정해야 한다. 만약 개정하지 않으면 2020년부터는 DNA 채취를 수사 기법으로 쓸 수가 없게 된다.
헌재는 “DNA 감식시료 채취·등록 과정에서 대상자는 신체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받게 되는데도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며 “영장 발부 후에도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채취 대상자는 범죄수사나 범죄예방의 객체로만 취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 가산동에서 최씨를 비롯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임원들이 아울렛 인근에 노점 설치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아울렛 매장 안에 침입한 혐의로 기소되며 발생했다. 검찰은 2015년 10월 유죄를 확정받은 이들에게 법원 영장을 발부 받아 DNA 감식시료를 채취했다. 이에 최씨 등은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