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노조경영을 50여년간 이어온 포스코 내부에서 강성노조 출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강성노조 출범 소식은 포스코의 미래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 내 일부 직원들은 지난 1일 새로운 노조 출범을 목적으로 ‘포스코의 새로운 노동조합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아직 물밑 모색 단계지만 어느 정도 세를 갖추면 정식 노조 신청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노조가 있는 만큼 새로 출범을 준비 중인 노조는 제2노조로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위 측은 포항과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노조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 정확한 규모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강성노조 출범 소식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상황 등이 불확실한 가운데 포스코 노조가 강성으로 돌변할 경우 업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노동계에서 삼성과 함께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1987년 민주화 열풍과 함께 1990년 조합원 1만9,800명을 거느린 거대노조가 탄생하기는 했지만 조합원 생일선물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금품을 받은 사실이 폭로된 뒤 노조원들이 대거 노조를 탈퇴해 명백만 유지하고 있다. 포스코 전체 직원은 1만7,000여명에 달하지만 현재 노조원은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임금협상 등 실질적인 노사 간 협의는 ‘노경(老經)협의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경협의회는 직장협의회에 가까워 엄밀히 말해 노조는 아니다”라며 “임금협상 때만 보더라도 민주노총 아래에 있는 현대제철 노조보다 요구 강도가 확실히 약하다”고 했다.
그동안 노조 설립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속노조 등은 비노조 대형사업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조 설립을 독려해왔다. 올해 6월에는 한국노총이 포항 지역에서 조직화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 견제를 위한 사측의 움직임과 미미한 호응으로 변변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노조친화적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창업주 때부터 무노조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에도 올 2월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최근 수장에 오른 최정우 회장 역시 “포스코가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며 달라진 기류에 보조를 맞추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임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포스코의 평판 관리가 중요한 만큼 노조 설립 움직임을 이전처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경영진 앞에 또 다른 노무 분야의 과제가 던져진 셈이다. 포스코는 사내 하청직원의 지위를 인정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사내 하청근로자 15명은 2011년 사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철소에서 크레인으로 코일을 운반하고 철 스크랩을 처리하는 하청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업무가 원청인 포스코의 사업 일부에 들어가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고 한 내용이다. 1심에서는 포스코가 이겼지만 2심에서는 하청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불법 파견’을 인정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우보·이종혁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