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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없이 혁신성장 없다] "중장기 정책 부재가 기초과학 발전 발목...10년이상 지원해줘야"

<상> 빗나간 정책, 과학기술 현 주소-설문으로 본 실태

"과학기술 분야 컨트롤타워 기대 못미쳐" 평가 많아

R&D 규제 혁파·창의적 연구 풍토 조성 등도 미흡

"경쟁력 높이려면 고위험·도전적 연구 지원 활성화를"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관장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명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꿨다.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전담 부처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권을 가져오고 올해 연구자 주도의 자유공모 기초연구 예산을 전년 대비 2,000억원가량 증액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과학기술인들은 현 정부의 기초과학을 포함한 과기정책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렸다.

◇출연연 비정규직 정규직화, 연구 경쟁력 저하 초래 우려=문재인 정부의 기초과학 분야 정책 추진 방향과 내용에 대해 응답자의 31.6%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긍정적인 평가는 21.4%에 그쳤다. 다만 보통이라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7.0%여서 향후 정책 추진에 따라 긍정적 평가가 늘어날 여지는 남아 있다.

응답자들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을 가장 잘못된 정책으로 꼽았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는 불가피한 결정일지 몰라도 연구능력이 떨어지는 연구자들이 등용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연구소의 경쟁력을 끌어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과기정책 가운데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확립(16.6%)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도 주목을 끌었다.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역대 정권마다 관련 기구·조직을 만들어 운영했으나 실제 역할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 들어 신설된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 역시 기초연구 진흥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을 가로막는 R&D 규제 혁파(12.4%)’와 ‘자율·창의적 R&D 연구풍토 조성(11.4%)’ 등 기초연구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에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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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가 과제제안요청서(REP)를 간소화하고 기초연구의 성공·실패 판정 폐지, 연차평가 원칙적 폐지 등 국가 R&D 규제혁파 방안을 마련한 것에 긍정적인 평가도 많아 향후 R&D 규제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또 국가 R&D 예타권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기 성과 요구 지양하고 고위험·도전적 연구 지원 늘려야=기초과학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와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연구 데이터 분석 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어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속도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단기 성과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무엇보다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서는 연구자의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해나갈 수 있는 연구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들은 우리나라 기초과학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중장기 정책 부재(18.2%)’와 ‘연구 자율성 제약(16.9%)’ ‘비효율적인 R&D 환경(16.2%)’을 꼽았다. 기초과학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고위험·도전적 연구 지원 활성화(29.4%)’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자율·책임에 기반한 연구몰입 환경 조성(24.4%)’과 ‘전 주기에 걸친 기초연구 지원체계 구축(20.3%)’이 뒤를 이었다.

한 과학중점대학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이 필수인 기초연구 사업의 구조개편이 너무 잦다”면서 “기초연구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에 맞는 지원구조를 확립해 장기적으로 운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 출연연 관계자도 “기초연구에서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조급하게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면서 “연간 1억원을 지원하더라도 필요한 연구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원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오래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기초과학의 토대가 튼튼해진다”고 지적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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