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수출稅 인상 극약처방..."위기의 아르헨을 구하라"

페소화 하락 이어져 초긴축 정책

곡물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세금

19개 정부부처도 절반으로 축소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살인적인 물가와 화폐가치 폭락으로 경제위기에 내몰린 아르헨티나가 곡물 수출세를 올리고 정부부처를 반토막내는 등 역대급 초긴축에 돌입한다.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고인 60%로 끌어올리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통화방어에 실패하자 꺼내 든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잇단 대책에도 시장불안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정부가 위기 대응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TV 대국민담화에서 비상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주력 곡물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현재 19개인 정부부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세계 최대 간장·콩기름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이번 조치로 옥수수·밀·콩 등 주요 곡물 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가공제품에는 달러당 3페소의 세금을 각각 물리기로 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5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방책을 내놓았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올 초 27.25%였던 기준금리를 60%까지 올리고 중앙은행 총재도 갈아치웠지만 달러 대비 페소화 가치는 연초 이후 50%나 추락한 상태다. 마크리 대통령이 긴축계획을 발표한 이날도 페소화 가치가 4.17% 추가 하락했다. 아르헨 정부는 6월 IMF로부터 구제금융 지원금 500억달러 가운데 150억달러를 선지급받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조기집행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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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시장 대통령으로 증세에 부정적이던 마크리 대통령이 수출세 인상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아르헨티나 재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페소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년에만도 28억달러의 외화부채를 갚아야 하는 아르헨티나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통화방어를 시도했지만 근본적으로 재정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나쁜 세금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응급상황이다. 그동안 환율 급등으로 수혜를 봤던 이들이 정부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니콜라스 두호브네 재무장관도 수출세 인상으로 올해 재정수입이 680억페소, 내년에는 2,800억페소 늘어나며 재정건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예측대로라면 아르헨티나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내년 재정균형을 맞추고 202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1%에 달하는 재정흑자를 내게 된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내년도 재정적자 목표치를 GDP의 1.3%로 제시했다.

다만 마크리 정부의 강력한 긴축 의지에도 실제 금융시장이 안정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에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마지막 카드는 정부 지출 축소인데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미 인플레이션을 참지 못한 시민들의 시위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마크리 대통령도 이날 정부가 아동복지 등 일부 사회 프로그램 강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컨설팅 업체인 알베르디 파트너스의 마크로스 부스카글리아는 “이번 조치가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지출이 아닌 세수 확대 측면에서 긴축안이 나왔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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