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2년까지 적용되는 쌀 목표가격을 현행 18만 8,000원 대비 6,000원 인상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24만 5,000 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농민단체와 야당의 요구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쌀 목표 가격 인상은 쌀 값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밥상머리 물가’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그렇다고 농민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기본적으로 설정한 2018~2022년의 쌀 목표가격은 19만 4,000원이다. 이 가격 역시 법률로서 정하고 있는 목표가격 산식보다도 높게 책정한 것이다. 수확기 쌀값 변동만 반영된 기존 산식으로 따졌을 경우 목표가격은 18만 8,192원이다. 현행보다 겨우 182원 수준이다. 인상 폭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정부는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률도 반영한 새로운 산식으로 19만 4,000원을 목표가격으로 잡았다. 새로운 산식을 반영한 농업소득보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으로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목표가격은 18만 8,192원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다.
이개호 장관이 ‘19만 4,000원+a’를 언급한 것은 쌀 목표가격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증액돼왔던 관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쌀 목표가격을 정할 때에도 정부는 17만 4,000원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만 4,000원이 증액된 바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 농식품부가 쌀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제출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19만 4,000원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만원 안팎에서 쌀 목표가격이 정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야당과 농민단체는 24만원선까지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국쌀생산자협회는 24만원을, 곡창지대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평화당은 24만 5,000원까지 목표값을 요청하고 나섰다.
농민 표심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큰 폭 인상은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다. 우선 쌀 목표 가격이 높아지면 세수 부담이 간다. 여권 관계자는 “목표가격이 24만 원이고 쌀 값이 현행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농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직불금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며 “결국 일반 국민들의 세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에도 쌀 값이 대폭 하락하자 변동직불금 규모는 WTO가 규정한 우리나라의 직불금 상한선인 1조 4,900억원을 넘어서기 직전까지 갔다. 24만원으로 쌀 목표가격이 정해졌을 경우 쌀 80kg 가격이 현재보다 1만원 높은 18만원 수준만 되도 직불금 규모는 상한액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고민하는 것은 또 하나의 요인은 물가 인상이다. 이 장관이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 물가까지 고려해서 쌀 목표가격을 정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쌀 목표가격이 높아지면 직불금 규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은 쌀값 인상을 유도할 수밖에 없고 고스란히 피해는 소비자들이 입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여당 간사인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체회의 등을 통해 “목표가격을 높게 설정할 경우 농가소득을 충분히 보전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쌀 과잉생산구조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돼 있다”며 “당장 적용되진 않겠지만 대농 위주로 혜택을 받는 현 직불금 제도를 공익형 직불금 제도로 개편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