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성장률 0.6% '구조적 장기침체' 조짐] 설비투자 5.7% 미끄럼...올 '2.9% 성장'도 물건너가나

부동산 규제 여파 건설투자 -2.1%·지식재산투자는 -0.7%

3·4분기 1%씩 성장해야 목표치 달성...한은 2.8%로 낮출듯

민간소비도 6분기만에 최저치...내달 기준금리 인상 어려워져




올해 2·4분기 경제성장률이 1·4분기(1.0%)보다 0.4%포인트 하락한 것은 우리 경제의 활기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불과 넉 달 전만 해도 회복세냐, 하강 초입이냐를 두고 팽팽한 논란이 일었지만 이제는 하강 속도가 얼마나 가파를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난 7월 정부와 한국은행은 끝까지 붙잡고 싶었던 ‘2년 연속 3% 성장’을 포기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장담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 경제와 달리 미국은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의 셈법도 더 복잡해졌다.

◇건설·교역 부진에 속보치 밑돌아=한은이 4일 발표한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7조9,592억원(계절조정계열)으로 전 분기보다 0.6% 상승했다. 1·4분기 성장률인 1.0%보다 낮고 올 7월 말 발표된 2·4분기 성장률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이로써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2.8%에 그치며 한은이 7월 발표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2.9%)를 0.1%포인트 밑돌았다. 신승철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6월 일부 실적자료를 반영하니 속보치보다 설비투자가 0.9%포인트 올랐지만 건설투자(-0.8%포인트)와 수출(-0.4%포인트), 수입(-0.4%포인트)이 떨어지며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투자지표는 일제히 고꾸라지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부동산 규제와 사회간접자본(SOC) 축소 등의 정책 영향을 받은 건설투자는 2.1%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각각 5.7%, 0.7% 줄었다. 각각 9분기, 22분기 만의 최저치다. 지난해 투자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지만 기업들이 앞으로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민간소비가 0.3% 오르는 데 그치며 6분기 만에 최저치를 찍은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 증가가 소비로 이어져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핵심 연결고리인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니 다음 단계도 요원한 모습이다.


◇분기 1% 성장 난제…2.9%도 어려워=경제지표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실질 GDP 목표에도 비상이 걸렸다. 7월 정부와 한은은 일제히 3% 성장 목표를 수정해 2.9%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상반기 2.8% 성장에 그치며 목표보다 0.1%포인트 모자란 상황에 하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 부장은 “잠재 성장률 수준(2.8~2.9%)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고 7월 소매판매와 7~8월 통관수출이 양호하다”며 “앞으로 분기마다 0.91~1.03% 성장하면 연간 2.9%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기별 1% 안팎 성장은 민간이 예상하는 0.6~0.7% 성장과 격차가 크다. 연간 3.1% 성장한 지난해에도 분기별로 0.91%를 웃돈 적은 두 차례뿐이었고 2016년에는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과 주력산업 구조조정으로 고용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은 커져 하반기는 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한은 역시 애초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소가 전망한 대로 2.8%로 성장률 전망을 다시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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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금리 인상도 쉽지 않아=경기는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데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물가 상승률은 1.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가며 한은 목표(2.0%)와 더 멀어졌다. 이 때문에 다음달과 11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인상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7월에 이어 이번에도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일반적으로 인상 소수의견이 있는 채로 동결이 결정되면 다음 금통위에서 인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도 이 구도대로였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 고용 참사 등 주변 여건은 ‘인상 소수의견→금리 인상’ 공식의 작동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다음달 금통위에서는 올해 마지막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최근 경제여건 악화를 감안해 올 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하향하면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두 차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차를 1%포인트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달에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하지만 성장률 전망을 내리고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자금유출 같은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면 무리해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지표가 하나같이 금리 동결을 말하고 있다”며 “올해 초 인상시기를 놓친 탓”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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