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포춘코리아 인터뷰 ¦ 구자범 오비맥주 부사장

오비맥주 모기업인 AB인베브 동아시아BU 법무 총괄

"준법경영은 기업 생존의 필수 요건

시간이 걸려도 올바른 길 모색한다"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8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자범 AB인베브 동아시아BU 법무 총괄이 회사 내 휴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구자범 AB인베브 동아시아BU 법무 총괄이 회사 내 휴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글로벌 주류 회사의 준법경영은 어떻게 이뤄질까. AB인베브 동아시아BU에서 법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구자범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구자범 부사장은 글로벌 주류 기업 AB인베브(오비맥주 모기업)의 동아시아BU(Business Unit)에서 법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한국, 일본, 홍콩, 마카오 사업을 관장하는 AB인베브 동아시아BU의 본부는 서울에 있다. 기자는 구 부사장을 만나기 전, 깐깐하고 빈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를 머릿속에 그려봤다. 사무적인 말투와 생기를 잃은 표정이 자연스럽게 이미지로 따라왔다.

그러나 그건 선입견이었다. 실제 만나 본 구 부사장은 젊고 상냥했다. 털털한 웃음과 꾸미지 않는 말투에서 솔직함이 묻어났다. 먼저 그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구 부사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법무부문을 총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문은 법무팀과 컴플라이언스팀으로 나눠져 있어요. 법무팀은 회사가 다양한 규제와 법규를 준수하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사안을 검토합니다. 위반 사항이 없게 관리·감독을 하는 곳이죠. 중요한 업무는 크게 위험요소 관리, 내·외부 규정준수 관리, 계약서 검토 3가지 활동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업무를 통해 회사 이익을 증진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듣기에 따라선 썩 흥미 있는 업무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류 회사는 감시의 눈길을 많이 받는 곳이다. 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매의 눈’으로 ‘술 파는 회사’를 지켜보고 있다. AB인베브는 200여 종에 달하는 맥주 브랜드를 팔고 있는 세계 1위 맥주기업이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임직원들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AB인베브는 체계적인 준법감시 시스템과 윤리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법무부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07년 오비맥주에 합류한 구 부사장은 변호사를 넘어 경영인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2016년엔 오비맥주 등기이사에 선임돼(현재 오비맥주 등기이사는 구 부사장과 고동우 오비맥주 대표 두 명 뿐이다)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구 부사장은 기업활동에서 ‘준법경영’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주었다. “비즈니스 윤리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어요. 아무리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비즈니스 윤리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한 순간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으니까요. 이는 우리 사회가 기업에 수익 창출 그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AB인베브의 주주였던 워런 버핏은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지만,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걸 명심한다면, 당신의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회사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얘기죠. 그 만큼 책임 있는 선택, 윤리경영이 중요해졌습니다.”


오비맥주를 포함해 모든 AB인베브 소속 기업은 ‘AB인베브 업무수행준칙(Code Of Conduct)’을 따라야 한다. 이는 AB인베브 소속 기업에겐 반드시 지켜야 하는 헌법과도 같은 원칙이다. AB인베브가 핵심으로 여기는 10대 원칙 중 하나인 “지름길로 가지 않는다(We never take shortcuts)”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바른 길로 제대로 가겠다는 AB인베브 윤리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모든 AB인베브 소속 기업은 ‘책임 있는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규정(RMCC, Responsible Marketing and Communications Code)’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침이다. 예컨대 국내 법규(청소년보호법, 민법) 상으론 만 19세 이상이 되면 주류광고에 출연할 수 있지만 AB인베브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RMCC에 따르면, 맥주 광고 모델로 활동하려면 25세 이상이어야 하고 실제 그 연령대로 보여야 한다. 자칫 청소년에게 끼칠 악영향을 우려해 아이돌 모델 기용은 지양하고, 나이보다 지나치게 어려 보이는 것도 반기지 않고 있다. 광고나 마케팅 활동 과정에서 모델뿐만 아니라 음주 가능한 상황 등도 엄격하게 제한해 책임 있는 음주를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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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사장은 “비즈니스 윤리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고 설명했다.구 부사장은 “비즈니스 윤리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구 부사장은 “오비맥주 임직원이라면 업무수행준칙과 RMCC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며 “주요 거래처에도 주기적으로 업무수행준칙과 RMCC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예로 ‘컴플라이언스 챔피언스 프로그램(Compliance Champions Program)’을 소개해주었다. “준법경영은 특정 부서나 인원만이 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 모든 임직원의 참여가 필요한 일입니다. 이를 위해 컴플라이언스 챔피언스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주요 사업부문에서 준법경영 전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컴플라이언스 챔피언을 선발하고 있죠. 컴플라이언스 챔피언이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 준법경영팀에 전달하고, 회사의 주요한 준법경영 정책에 대해 다시 각 소속 임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당 부서가 준법경영 준수 과정에서 직면한 어려움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해결방안도 제시하고 있어요.” 회사는 이렇게 나온 새로운 아이디어를 1년 동안 실행한 뒤,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효과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우승자를 선발해 시상을 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지만 기업윤리에 대한 국민 평가는 낮은 편이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부조리가 사회적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구 부사장은 ‘시스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경영자와 임직원 모두 비즈니스 윤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업 내부에 준법경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하죠. 기업 내·외부의 규칙에 의해 통제될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니까요. 국내에 준법경영 부서가 도입된 지는 약 20년 정도가 됐습니다. 과거엔 준법경영 부서의 일반적 업무가 감시였다면, 지금은 미리 리스크를 감지하고 막는 컨설팅 업무로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 법무팀과 컴플라이언스팀도 주기적으로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비슷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액션 플랜을 세워 사

전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구자범 부사장은 어렸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훌륭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 넉넉치 않고 힘든 이민 생활이었지만 부모님이 심어주신 올바른 생각과 가르침 속에서 구자범 부사장은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치학 전공한 뒤, 1993년 뉴욕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뉴욕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뒤 1997년부터 뉴욕에 있는 한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으로 들어와 법무법인 광장, 삼성탈레스 사내 변호사 등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여 년 동안 법무·준법경영 전문가로 살아온 구 부사장은 자신이 가진 철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첫째, ‘지름길은 없다(No shortcuts)’는 겁니다. 윤리적이고 준법적인 행동이 아니라면 빠르고 더 쉬운 길이라도 절대 택하지 않습니다. 둘째, ‘균형(Balance)’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 부서간 균형, 회사와 나의 균형,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형 등이 그런 것들이죠. 균형은 회사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준법경영 역시 타 부서와 균형을 맞추고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서로 상생(Win-win)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이 ‘경청(Listening to others)’입니다. ‘내가 법무·준법경영 담당이니 반드시 내 말을 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상대방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를 먼저 듣고 이해하는 ‘마음과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생을 즐기는 것 또한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 그는 준법경영 업무를 해보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준법경영과 관련된 법규, 법령, 규정에 대한 지식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해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리스크를 예방하고 더 나아가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실수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배우는 기회로 활용하면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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