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용산참사, 위험 알고도 진압 강행한 경찰 책임"

사고 직후 인터넷 댓글, 설문조사 참여 등 여론전

경찰 지휘부 조사 거부,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 불가

조사위, 경찰에 숨진 특공대원·철거민에 사과 권고

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유남영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용산참사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09년 1월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진 용산참사는 안전대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압을 강행한 경찰 지휘부에 책임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용산참사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에 당시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19일 용산구 한강로 3가 63~70번지 일대 재개발구역 철거민들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이 강제진압에 나서면서 화재가 발생해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진 사건이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철거민들이 남일당 망루 농성을 시작한지 하루만인 2009년 1월20일 진압작전을 개시했다.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공중에서 옥상으로 진입한 뒤 망루를 해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경찰 지휘부가 승인한 ‘전철연 한강로3가 남일당빌딩 점거농성장 진입계획서’는 망루에 있는 신나, 화염병 등 위험물과 농성자들의 분신·투신·자해 등에 대한 우려를 전제로 짜여졌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에어매트, 고가사다리차 및 화학소방차 등의 기본장비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경찰특공대 제대장은 이런 이유로 작전연기를 건의했지만 거절됐다. 경찰특공대는 경찰 지휘부의 지시로 이날 옥상에 두 차례 진입하는 작전을 벌였고,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강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현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에 있는 시너 등 위험물의 양과 위치, 망루 내부구조 및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경찰특공대원들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무리한 작전수행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여론 조성을 나선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에게 본 사건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하고, 인터넷 게시글에 1일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도록 지시했다. 사건 발생 직후 5일간 경찰은 인터넷 글 게시와 댓글 등 총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참여 590건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당시 진압 작전을 지휘한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김수정 서울청 차장 등 현재 퇴직한 책임자 6명에게 조사참여를 요구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당시 서울청 지휘부의 이같은 조치가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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