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식시장 흐름에 답답함을 느낀 많은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시장 투자 트렌드를 살펴보면 해외 주식시장은 한마디로 애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열풍으로 해외 투자에 광풍이 불었으나 많은 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할 시점을 놓치거나 소위 말하는 꼭지에서 투자를 시작해 손실을 본 경우가 많았다. 반면 북유럽이나 서유럽의 투자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해외 시장에 투자해왔고 꾸준한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차이는 해외 주식 투자 프로세스에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주식 투자는 지나치게 모멘텀이나 매크로 위주로 쏠려 있다. 아무래도 국내 기업보다 해외 기업의 투자정보나 기업탐방 등의 기회가 적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이 경우 매크로의 변동이 있거나 회사의 어닝 모멘텀이 바뀌면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없는 약점이 생긴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
우리보다 빨리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린 유럽의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서 효과적인 수익을 내는 것일까. 이들의 투자운용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소위 말하는 시스메틱(systematic) 투자가 기본이다. 즉 자신의 투자수익 목표와 맞는 투자운용 전략을 정하고 과거 백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투자전략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팩터나 팩터를 조합한 스코어카드를 만들어낸다. 그런 다음 이런 팩터나 스코어카드가 자신의 투자위험 성향 내에서 움직이는지를 확인해 최종 투자할 회사의 1.2~1.3배에 해당하는 투자 가능 회사를 정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더해 투자 대상 회사를 선정한다. 또한 가급적 뉴스나 매크로 모멘텀의 변동만으로 운용전략을 수정하지 않는다.
크레디트스위스홀트에서는 회사의 영업현황에 대한 세 가지 팩터, 회사의 시장가치에 대한 네 가지 팩터, 회사의 주가 모멘텀에 대한 세 가지 팩터를 단순하게 조합한 스코어카드를 투자자 참고용으로 지난 30년간 발표해왔다. 놀라운 사실은 이 단순한 스코어카드에 기반한 투자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연간 7% 정도 전 세계 주식시장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경우 단기적으로 슈팅스타 주식을 잡아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꾸준히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회사를 선정할 수 있고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전 세계 모든 주식시장에 통용되는 투자수익을 결정하는 요소는 가장 간단하다. 실질적으로 회사 영업 부가가치의 상승이 주주의 부의 상승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주가 상승은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이런 원칙에 근거한 나만의 기준을 가진다면 해외 투자도 두려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