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이달의 과학기술인상-구종민 KIST 센터장]비금속 복합소재로 전자파 차단..."EMP 공격에도 끄떡없죠"

2D 나노소재 이용 고분자 복합체

은·구리보다 가격 싸고 성능 탁월

스텔스 기술 등 다방면 응용 가능

글로벌업체 기술이전...상업화 추진

배터리 폭발 방지 전해질 연구도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이 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



“오는 2199년 인공지능(AI)에 인류가 지배를 받는다. 인간의 기억마저 AI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되는 세상이다. 인간은 그 속에서 진정한 현실을 인식할 수 없게 키워진다. 다행히 주인공(모피어스)이 그 ‘매트릭스’를 빠져나오면서 자신과 함께 인류를 구할 마지막 영웅을 찾아 헤맨다. 마침내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청년 ‘네오’를 주목하는데….”

지난 1999년 개봉(2016년 재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의 줄거리다. 이 영화에서는 고출력 전자파(EMP·Electro Magnetic Pulse)로 기계군단을 한꺼번에 물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도 EMP의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 당하게 된다.


이처럼 공중에서 EMP탄을 터뜨리면 강력한 전자기 파장(전자파)이 발생해 전자기기가 일시적 또는 영구적 파손된다. 전력시설이나 원자력발전소 등 발전설비, 통신 시스템, 신호등, 금융망, 고속철도, 의료기기, 레이다, 스마트폰, 지하 벙커시설의 전자장비까지 거의 모든 것이 마비되거나 오작동할 수 있다. 실제 1962년 미국 해군이 태평양의 한 섬에서 핵무기 실험을 했을 때 1,500㎞나 떨어진 하와이에서 신호등과 TV·라디오·전화기 등이 모두 고장 난 사건이 있었다.

미국·중국·일본·북한 등은 모두 육·해·공·사이버·우주까지 5차원 전쟁에 대비해 EMP 공격과 방어를 위한 과학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들보다는 다소 늦기는 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방부가 EMP 대응용 핵심소자 기술개발에 나서는 등 EMP에 투자하고 있다.

적의 EMP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법은 전자파를 반사하는 재료로 회로 등을 코팅해 전자기기를 보호하거나 핵심공간을 방호할 차폐실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2016년 EMP 보호를 위한 핵심소자인 배리스터를 기존 기술보다 2배나 큰 50kA의 전류를 견디도록 만드는 데 성공해 민간에 기술이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9월 수상자인 구종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KU-KIST 융합대학원) 센터장은 EMP 방어 소재 연구과제에 참여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자장치가 소형화·고집적화·고기능화되면서 장치 간 전자파 간섭에 의한 오작동 문제가 심각해져 대책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전자파 간섭(EMI· Electro Magnetic Interference)은 전자·통신·운송·항공·군사 장비에서 전자기파 노이즈가 얽혀 오작동을 일으키고 인체에 유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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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차폐특성이 우수한 MXene 고분자 복합체. /자료제공=한국연구재단전자파 차폐특성이 우수한 MXene 고분자 복합체. /자료제공=한국연구재단


MXene 고분자 복합체 전자파 차폐 특성 비교.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MXene 고분자 복합체 전자파 차폐 특성 비교.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하지만 기존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은(Ag), 구리(Cu) 입자 등을 전자파 차폐 복합 소재 원료로 사용할 때는 가공이 어렵고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었다.

이에 구 센터장은 전자파 간섭을 막는 고분자 복합체를 개발해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신개념의 전자파 차폐 소재를 개발했다. 전이금속 카바이드(Transition Metal Carbides, MXene) 2D 나노소재와 이를 이용한 MXene 고분자 복합체 소재다. 전이금속 카바이드는 티타늄(Ti)과 같은 중금속 원자와 탄소(C) 원자의 이중 원소로 이뤄진 나노물질로 1㎚(나노미터·1㎚는 10억분의1m) 두께와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1m) 길이의 이차원적 판상구조다. 기존 나노 소재보다 제조공정이 간편하고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전기 전도성도 우수하다.

이는 MXene이 다층 적층 구조로 돼 있어 필름 내에서 반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내부 다중반사 효과를 발생시켜 전자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은과 같은 귀금속 소재의 성능을 뛰어넘는 전자파 차폐 성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관련 논문은 사이언스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그는 “기존 나노 소재의 특성과 기능성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나노 소재와 고분자 복합체 물질을 개발했다”며 “전자파 차폐뿐만 아니라 방호용 차폐, 전자파 흡수, 스텔스 기술, 전극 패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기술을 세계적인 전자 소재 업체에 이전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구 센터장은 고분자 복합체를 이용해 배터리 폭발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겔 고분자 전해질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폭발을 일으키는 액체 전해질을 보다 안전한 준고체 특성의 겔 전해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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