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거시경제 권위자 조장옥 교수 "소득주도 성장, 실증·이론근거 없는 曲學"

국회 미래혁신포럼 세미나서 '쓴소리'

일부 경제학자 지지의사 밝히지만

실증은 못해…부끄러운 줄 알아야

최저임금 인상, 폭력적 실험 불과

대통령·靑 참모들 현실 직시를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는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는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장옥(사진)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망국의 징조”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정책을 고집하는 모습을 두고는 ‘구상유취(口尙乳臭·말과 하는 짓이 유치함)’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 교수는 거시경제학의 권위자로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바 있다.

조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미래혁신포럼이 주최한 ‘긴급진단, 우리 경제는 올바른 정책기조로 가고 있는가’ 세미나에 참석해 “소득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실증적인 증거는 엄밀한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에서 찾아볼 수 없다”며 “한 나라의 경제를 운용하는 기초원리인데 이 증거를 제시하는 학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정권은 물론 경제학자들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소득주도 성장을 지지한다고 한 학자들은 많지만 누구도 이론 및 실증적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조 교수는 “나라 경제를 이렇게 우습게 봐도 되는 것이냐”며 “망국적인 현상이요 곡학(曲學)의 극치”라고 꼬집었다.



이론을 무시한 정책의 말로는 비참한 실패라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의 대표 정책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결과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추구하는 실험적인 정책”으로 규정하며 “이는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조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축하 영상에서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며 ‘우리는 올바른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발언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그는 “대통령의 이런 선언은 앞으로 자기 지지기반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며 “미워하며 닮는다더니 박근혜(전 대통령)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이보다 더한 불통이 없다”며 “벌써 국민을 대하는 겸손마저 잊어가는 듯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참모들도 대통령에게 ‘왜곡·오류’ 우려가 있는 통계를 직접 언급하게 함으로써 위험을 국가 원수에게 모두 지웠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통계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안은 참모나 각료가 설명하는 것이 옳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 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이냐’는 발언을 두고도 “이 무슨 구상유치냐”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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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한국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데도 소득주도 성장만 고집하다가는 더 큰 험로를 만나게 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경제참모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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