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셀럽의 선택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조종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로 화제를 모은 ‘아지오’의 광고모델로 참여했다는 소식이다. 아지오는 시각장애인인 유영석 대표가 청각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설립한 수제화 브랜드로 경영난으로 지난 2013년 9월 폐업했다가 지난해 10월 경영을 재개한 장애인 기업이다.

아지오는 유 대표가 2006년 파주시장애인복지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40년 동안 구두를 만든 장인을 초빙해 청각장애인 여섯 명을 가르치게 하며 공장을 꾸렸던 아지오의 시작은 좋았다.


친분이 있던 유시민 작가가 모델로 나섰고 구두 디자이너의 재능 기부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 청각장애인들의 정성과 세심한 기술이 수제화의 질을 높였고 신발 구입 시 동봉한 작은 메모가 특별함을 더했다. 가격도 명품 수제화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신발을 신어본 사람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하지만 기업 활동은 순탄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와 대형 브랜드와 경쟁이 걸림돌이었고 무엇보다 ‘장애인이 만든 구두’라는 사실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다행히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라는 소문이 나고 유명인들이 광고모델이 돼주면서 부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진 장애인 기업이 아지오처럼 재기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장애인 기업이 판로를 개척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은 경기 변동이나 품질의 우수성 등과는 또 다른 차원의 ‘편견’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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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선택은 그간 ‘아지오’ 홍보에 나서준 유명인들과 마찬가지로 ‘아지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있거나 무관심했던 사람들에게 인식 재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부부의 선택이 가져온 효과는 매우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감동적인 측면도 크다. 셀럽의 위치에서 긍정적인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준 부부의 행보가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다.

정부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전국장애인경기대회도 같은 맥락이다.

전국장애인경기대회는 각 지역의 장애인 기능경기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장애인이 도 대표로 출전해 기능을 선보이는 장애인 기능 축제로 올해로 35회를 맞이한다. 이번 대회는 9월11일부터 14일까지 울산광역시에서 개최된다. 418명의 장인이 참여해 시각디자인·CNC선반·웹마스터·제과제빵 등 40개 직종에서 기량을 뽐내게 된다.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이 오로지 실력과 투지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대회를 통해 장애인이 꿈꾸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지금의 구슬땀이 훗날 아름다운 드라마로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서 회자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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