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샷을 친 타이거 우즈(43·미국)는 곧바로 허리를 굽혀 티잉 그라운드의 티를 뽑았다. 더 볼 것도 없었다. 타구는 평균 306야드를 이동해 원하는 곳에 떨어졌고 퍼트는 홀을 찾아 들어갔다. 그렇게 18홀을 돌고 적어낸 스코어는 8언더파 62타. 2013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때 2라운드에 61타를 적은 이후 5년여 만에 나온 가장 좋은 성적이다. 62타 이하 스코어는 데뷔 후 9번째. 10번홀에서 출발한 우즈는 특히 전반 9홀에 이글 1개와 버디 4개로 6언더파 29타를 쳤는데 9홀 29타는 데뷔 후 9홀 기준 두 번째 최소타다. 그는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모습”이라며 미소 지었다.
돌아온 ‘골프황제’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80승 기회를 만들었다.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올 시즌 돌아온 우즈는 8월 메이저 PGA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단독 2위가 최고 성적이다. 우즈는 7일(한국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 애러니밍크GC(파70)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올랐다. 3위 잰더 쇼플리(미국)와 1타 차. 보기는 핀 위치가 가장 어려운 8번홀(파3)에서 딱 한 차례 떠안았다. 62타는 올 시즌 우즈의 18홀 최소타이자 1라운드 스코어로 따지면 19년 만에 나온 개인 두 번째 최소타다. ‘타이거 신봉자’들 사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우승 기대가 끓어오르고 있다. 우즈의 PGA 투어 마지막 우승은 2013년이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7,267야드의 코스를 짧은 클럽-퍼트의 패턴으로 정복했다”고 우즈의 이날 경기를 정리했다. 실제로 그는 파 4홀의 두 번째 샷 때 9번 아이언보다 긴 클럽은 한 번도 잡지 않았다. 그린을 두 번 놓친 것 빼고는 매 홀 버디 찬스를 만들 정도로 핀 포인트 어프로치 샷을 뽐냈다. 어프로치 샷 13개가 홀 6m 안쪽에 딱딱 붙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퍼트였다. 총 퍼트 수는 27개에 불과했고 3m 안쪽 퍼트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16번홀(파5)에서는 241야드 거리에서 3번 아이언으로 홀 1.5m 거리에 볼을 멈춰 세운 뒤 손쉽게 이글을 잡았다. 이날 우즈가 꺼내 든 퍼터는 타이틀리스트의 ‘스카티 카메론 셀렉트 뉴포트2GSS’. 최근 몇 주 새 벌써 세 번째 퍼터다. 마음에 들지 않는 퍼트에 고민하던 우즈는 14번의 메이저 우승 중 13승을 함께한 오랜 친구를 꺼내 들더니 4.5·6m의 까다로운 퍼트를 쏙쏙 집어넣었다. 1995년에 처음 나온 모델로 우즈는 1999년부터 이 퍼터를 썼다. 그는 “이 퍼터로 아마 수백만 개는 퍼트를 해본 것 같다. 어떻게 다루는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9홀 기준 30타 미만은 2007년 투어 챔피언십 2라운드 전반 28타 이후 11년 만인데 당시 우즈는 8타 차 압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우즈는 페덱스컵 랭킹 5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그러면 1,000만달러 상금이 걸린 페덱스컵 최종 우승의 기회를 안고 플레이오프 마지막 4차전 투어 챔피언십에 나서게 된다.
우승 희망을 부풀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모른다. 69명의 출전자 중 48명이 첫날 언더파를 적을 정도로 우승을 노리는 경쟁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회 코스는 최근 나무를 제거하면서 페어웨이가 넓어졌고 대회 전 내린 비로 그린도 부드러워졌다. 누가 언제 몰아치기로 우즈를 끌어내릴지 모를 일이다.
‘차세대 골프황제’ 중 한 명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버디 10개와 보기 2개로 공동 선두다. 프로암 라운드에서 23홀에 17언더파를 몰아친 무서운 감각을 본 게임에도 이어가고 있다. 막판 연속 보기가 아니었다면 ‘꿈의 59타’도 가능할 뻔했다. 매킬로이는 “오늘 59타를 치고 우승 못 하는 것보다는 오늘 62타에 머물고 마지막 날 우승하는 게 더 낫다”고 했다. 12월 결혼을 앞둔 안병훈도 5언더파 공동 8위로 힘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