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역인재 안뽑고(채용률 13%)...나홀로 이주(가족동반 이주율 39%)...초라한 공공기관 이전 성적표

■LH '혁신도시 실태' 보고서

지역 특성과 동떨어진 기관들

무분별하게 내려와 효과 못봐

클러스터 용지 37% 주인 못찾고

관련기업 이전 비율도 절반 안돼

"이해찬發 2차 공공기관 이전

되레 지역간 갈등 우려" 지적도




‘혁신도시로 가족 모두가 이주한 비율은 40%가 안됐고 지역에서의 인재 채용률은 13.3%에 그쳤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클러스터 용지의 매각율도 62.5%다. 입주를 하지 않아 텅텅 빈 곳도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지난 4일 공개한 ‘혁신도시 시즌2 실행력 진단 및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 담긴 혁신도시 1단계 사업의 초라한 성적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성과를 분석한 가장 최신의 공공기관 연구원 보고서다.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추진했지만 상당수 혁신도시에 지역 특성과 동떨어진 공공기관이 무분별하게 내려와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카드를 꺼내 들자 정부와 여당이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선정작업에 돌입한 것을 두고 기존 사업의 성과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수도권·지방 격차 여전…지역내 격차도 커져=혁신도시 1단계 사업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인구 측면에서 보면 수도권의 인구집중도는 1970년 28.3%에서 2010년 49.3%까지 증가한 뒤 점차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016년에도 49.7%까지 증가했다. 또 2028년에는 50.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격차를 좁히기는 역부족이다. 보고서는 특히 일자리와 문화서비스, 생활편의시설 등의 격차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혁신도시 지역 인재 채용률은 2014년 10.2%에서 13.3%까지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10% 초반대에 머물고 있고 고임금 일자리인 비즈니스 서비스업은 70.3%가 수도권에서 증가했다.


혁신도시가 원도심의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지역 내에서의 격차도 심해졌다. 경남 혁신도시의 경우 시도 밖에서는 약 15%만 전입했지만 시도 내에서 85%가 전입했다. 부동산 투기도 기승을 부렸다. 원주시는 혁신도시 건설 이후 1년만에 주택 가격이 3.07% 올랐고 나주시는 표준지 공시지가가 1년 사이 27%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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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이주 54.4%가 ‘불만족’…가족 전체 이주 39.9%=혁신도시로 이주한 지역민들의 만족도는 아주 낮았다.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2017년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설문조사(2,022명 대상)를 보면 20.1%나 되는 응답자가 ‘매우 불만족’이라고 답했고 ‘다소 불만족’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34.3%나 됐다. ‘매우 만족(1.4%)’, ‘약간 만족(12.6%)’을 합쳐도 14%에 불과하다. 점수로 환산하면 혁신도시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2.4점에 불과했다. 교통환경(44.5점), 여가활동환경(45.2점), 교육환경(50.9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도시에 홀로 내려오는 단신 이주가 55.4%로 가장 많았고 가족 전체가 이주한 경우는 39.9%에 그쳤다. 업무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자발적 퇴직이 느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공공기관은 갔지만 기업들은 안 따라가=공공기관이 지방에 내려오면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함께 내려와 지역 특성화 산업이 성장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부진했다. 혁신도시 전체 클러스터 용지의 37.5%가 주인을 찾지 못했고 매각된 용지도 미건축, 미입주가 대다수였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 결과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 확보한 올해 6월 기준 ‘혁신도시 기업 입주 현황’에 따르면 혁신 클러스터 면적 312만4,000㎡ 중 실제 기업 입주로 이어진 면적은 63만3,000㎡로 20.3%에 불과했다. 혁신도시 입주 기업 중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된 기업의 비율은 41.8%(267곳)로 절반에 못 미쳤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주변 지가보다 가격이 높고, 입주 가격 요건과 입주 기업에 대한 지원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도시 2단계 사업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세부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청사 신축비 등에만 한정된 예산의 활용도를 개선하고 예산 규모도 늘려줄 것도 제안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윤정란 LH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발간 일시가 최근 이해찬 대표가 발언한 시점과 겹쳤을 뿐 그 내용까지 담지는 못했다”며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견해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다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 1차 사업에 대한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2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명분은 균형발전인데 수도권에서 뺏어서 지방에 주는 것이라 되레 지역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며 “표를 얻어 장기집권하려는 계산”이라고 꼬집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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