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커지는 아파트 원가공개 논란] 집값 잡겠다지만..."판도라 상자 열어 줄소송만 남발할 것"

공종별 세세하게 나누고 판매홍보비까지 공개

건설사 "품질하락·중소사 어려움 가중" 반발




경기도시공사가 아파트 건설원가를 공개하면서 아파트 원가 공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 역시 집값 잡기의 일환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인하하기 위해 원가 공개항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 업계는 원가 공개가 분양가 인하로 연결되지 않고 사회적인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시공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7일 건설원가를 공개한 단지는 총 5개다. 화성동탄 자연&푸르지오, 고덕 자연&자이, 다산 자연&이편한세상, 다산 자연&이편한세상2차, 다산 자연&이편한세상3차 등이다. 공개 범위는 기존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밝혔던 공사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분화됐다. 순공사비를 건축·토목·조경·기계·전기·통신 등 공정별로 분류해 세부항목까지 공개했다. 공사비용뿐 아니라 사업비도 설계용역비, 모델하우스 설치비, 판매홍보비까지 세세하게 나눠 밝혔다.


◇건설 업계 당혹…소비자와 분쟁 증가 우려=건설원가가 세세하게 공개되자 건설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 세부항목을 공개하는 것은 실제 인하 효과는 없고 소비자와의 분쟁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장마다 마감재, 기자재, 공사품질이 다를 수 있는데 한 사업장의 특정 공사비가 얼마라고 해서 다른 사업장에까지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당 공사비에 대해 다른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송을 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분양전환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원가 공개와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며 줄소송을 낸 적이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원가 공개로 얻을 것은 줄소송과 민원뿐”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원가 공개를 환영하며 오히려 정부와 서울시 등도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공공택지 내 아파트의 분양가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원가 공개항목을 기존 12개에서 61개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원가 공개항목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61개로 확대됐다가 이명박 정권인 2012년 3월 12개로 축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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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공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해 공개하는 정보는 택지비(3개), 공사비(5개), 간접비(3개), 기타 비용(1개) 등 4개 항목의 12개다. 공개항목이 확대되면 공사비 중 토목이 다시 세분화돼 정화조 공사, 조경 공사 등 13개로 늘어나고 건축은 주방공사·도배·가구·용접비 등 23개, 기계설비는 9개로 증가하는 등 공사비 항목만 총 50개로 늘어난다. 또 모델하우스 비용도 공개항목에 포함된다.

◇분양가 인하 효과는 글쎄?=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집값 상승기에 어김없이 등장했다. ‘선분양제도’를 도입한 후 건설 업체들은 준공 시기 집값 예상 상승치를 고려해 시세보다 높게 분양했다는 것이 공개 요구의 핵심이다.

분양가 원가 공개가 실제로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소비자와 건설사 간 입장 차이가 크다. 우선 분양가 원가항목이 세부적으로 공개되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심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입장이다.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기 전에 분양가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건설사들이 제시하는 원가항목이 너무 두루뭉술해 분양가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게 소비자단체의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분양가 인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분양가 인하 압력이 거세지면 그만큼 자재와 공사비를 줄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게 건설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건설단체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그만큼 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1·2차 하도급 업체로 여파가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줄이려면 하도급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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