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선임연구교수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신냉전’(a new cold war)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치 교수는 7일 홍콩에서 열린 홍콩 미국상공회의소 연례 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누구도 무역전쟁에서 출구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로치 교수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구원 등을 역임하고 ‘넥스트 아시아’를 저술한 유명한 경제학자다. 이날 미국상공회의소 연례 회의에 민신페이 미국 클레어몬트 매케나대 교수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했다.
로치 교수는 토론에서 미국과 중국이 주요 강대국 간의 광범위한 전략적 갈등의 징후인 무역전쟁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세계는 새로운 냉전의 시대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SCMP는 전했다.
로치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사실을 지적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미·중 무역분쟁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고 ‘장기적이고 격렬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점점 더 공격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시점에 어느 쪽도 출구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로치 교수는 또 미국과 중국 간 분쟁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역 불균형에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모든 국가 번영의 ‘성배’(聖盃), 즉 혁신과 기술을 둘러싼 전략적인 충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무역갈등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특히 중국이 자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날 중국인인 페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의 부상을 염려하면서 결국 두 강대국이 전쟁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페이 교수는 “이미 우리는 그러한 함정에 걸려든 것 같다”면서 “중국에 있어서 기술의 독립성과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페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중싱<中興>통신)에 대해 제재를 가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 사건은 중국에 ‘모닝콜’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중국 지도자라면 ’결코 우리는 다시는 우리의 미래를 그들(미국)의 자비에 맡기지 않게 할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 ZTE가 대북 및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면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했다. 이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7월 13일부로 제재가 풀렸지만, ZTE는 미국 정부에 총 14억 달러(약 1조5,588억 달러)의 벌금과 보증금을 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