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트럼프 자극했다가 판 깨질라" ICBM 빠진 북한 열병식

과거와 달리 ICBM 등 탄도미사일 종류 등장 안 해

비핵화·종전 선언 등 협상 앞두고 '수위조절' 흔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과 지난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청사 로비에서 마트비옌코 의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과 지난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청사 로비에서 마트비옌코 의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9일 정권수립 70주년(9·9절)을 기념해 개최한 열병식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하지 않았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과 비핵화, 종전 선언 등을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인 국면임을 감안해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AFP통신, 교도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ICBM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이날 오후 일제히 평양발로 전했다. 열병식은 오전 10시께 시작돼 정오 이전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 체류 중인 윌 리플리 CNN 기자는 행사 후 자신의 트위터에 “열병식은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며 “이전 해들과 다르게 ICBM도 없었고 핵프로그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references)도 없었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 ICBM은 물론 어떤 탄도미사일 종류도 등장시키지 않았으며, 재래식 무기만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도 자체 트위터 계정에서 이날 열병식에 중거리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 매체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열병식 사진에 따르면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지대공 유도미사일 ‘KN-06’(번개5호)과 300㎜ 신형방사포(KN-09), 122㎜ 방사포 등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북한은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는 ‘화성-14’형과 ‘화성-15’형 등 기존에 공개했던 두 종류의 ICBM급 미사일을 등장시킨 바 있다.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확보한 핵·미사일 능력을 재차 과시하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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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고위급 외빈과 외신기자 140여명 등을 초청한 가운데 치른 이 날 정권수립 기념 열병식에서는 무력 과시에 있어 ‘수위조절’을 한 흔적이 뚜렷하다. 이번 열병식이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치른 첫 열병식인데다, 미국과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의 교착 해소를 조심스럽게 모색하는 국면임을 감안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보당국은 열병식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가 동원됐는지 등을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행사에 동원된 병력규모는 지난 2월 북한군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동원된 규모(1만2,000여명)보다 약간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윌 리플리 기자는 “대략적으로 1만2,000명 이상의 군인과, 5만명 이상은 족히 돼 보이는 민간인”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열병식 주석단에 나란히 나와 열병식을 지켜봤다. APTN이 공개한 열병식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과 리 상무위원장은 주석단에서 손을 맞잡은 채 들어올리며 친선관계를 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올해 2월 8일 이른바 ‘건군’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열병식과 달리 이날은 직접 연설을 하지 않았다. 주석단에 함께 자리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연설을 맡았다. AP통신은 평양발 기사에서 “김영남이 핵무력이 아닌 정권의 경제적 목표를 강조한 개막연설을 통해 (열병식) 행사의 기조를 비교적 부드럽게 했다”고 전했다.

정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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