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맹준호 성장기업부 차장




미국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영화 ‘레버넌트’로 지난 2016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열아홉 살 때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뒤 20년 만에 받는 오스카다. 여러 대가와 작업하며 미국식 예술 영화에 헌신해왔지만 꽃미남 스타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매번 놓치다 끝내 상을 받았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2015년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될 만하다고 세계인이 느꼈을 것입니다. 제작진은 눈을 찾아 지구의 가장 남쪽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진짜입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위협입니다.” 디캐프리오의 당시 발언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바로 이듬해인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의 합의로 마련됐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섭씨 2도, 가급적이면 1.5도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은 2016년 9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로 이 협정을 비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지구온난화를 ‘꾸며낸 얘기’라며 비난했고 대통령이 되자 ‘미국에 매우 불공정하다’는 이유를 들어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자국 제조업 부활과 갈수록 강해지는 중국 산업 제압이 진짜 속내였을 것이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혁명 때보다 섭씨 1도 이상 높고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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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땅에 묻힌 탄소를 이산화탄소 형태로 대기에 날려보낸다. 고기와 우유를 얻기 위한 대규모 목축에서는 메탄이 나온다. 이렇게 나온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지에 대한 논쟁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와 태양의 관계, 즉 우주적 이유에서 비롯된 현상이며 인류의 활동이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주장을 지지하는 지식인도 꽤 많다.

어떤 주장이 맞는지는 차치하자. 그러나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디캐프리오의 말처럼 미국의 2015년 6월 기온은 20세기 평균보다 0.88도 높은 역대 최고였고 올해는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기온이 관측 사상 최고인 48.9도까지 올라갔다. 한국도 홍천이 8월1일 41도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반구 대부분에서 기록적인 폭염에 고통을 받았다. 살인적인 더위는 생명의 지도를 바꾸고 인류는 주변 동식물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관측 이후 계속 높아지는 온실가스 농도를 낮추고 봐야 한다. 이미 많은 탄소를 배출한 선진국이 저개발국을 지원해 그들이 저탄소 방식의 경제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최근 미국이 파리협정 이행 지침 마련을 위한 추가 협상에서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자국은 탈퇴했으면서도 태국에서 열린 당사국 간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해 저개발국 지원금 조성 방식을 이행 지침에 넣지 말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를 믿지 않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최소한 지속 가능한 생존을 모색하는 판은 깨지 말아야 한다.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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