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항공기 리스금융사를 직접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으로 구매자금을 빌려주는 항공기금융에 단순히 참여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운용까지 하겠다는 구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항공기금융에 특화된 리스금융사를 만들기 위한 내부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거대 자본이 필요한 만큼 단독으로보다는 글로벌 사모펀드와 함께 금융리스사를 설립해 직접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별도의 리스금융사 설립을 하는 것은 은행권 중에서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항공기금융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에서의 새 수익원 창출을 목적으로 개별 건마다 참여해왔다. 통상 운용리스사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조세회피 지역에 있는 만큼 해외에 설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은행의 항공기 리스금융사 설립 추진은 이자 장사로 돈을 쉽게 벌어들인다는 논란도 피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시장을 발굴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항공기금융은 항공기 구매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항공사의 항공기 구매지원을 위해 직접 대출을 실시하거나 항공사 임대를 목적으로 항공기를 구입하려는 SPC에 대출을 진행해 이자를 받고 자금조달 중개 수수료 이익을 얻는다. 주간사로 참여하면 주선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과거에는 항공사가 금융권에서 직접 자금을 빌려 항공기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리스사가 항공기를 대신 취득하고 항공사가 이를 빌려 쓰는 방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여행객 증가와 항공기 교체 등으로 세계 항공기 수요가 늘면서 항공기금융 시장은 매년 7%씩 성장해 오는 2020년 200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보잉사에 따르면 항공기 교체와 추가 도입에 필요한 신규 항공기 수요는 2035년에 약 4만2,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은행들도 조선해운 업황 침체에 따라 돈이 되는 선박금융에 집중해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항공기금융으로 급속하게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항공기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안전한 선순위대출에 참여하기 때문에 담보 안정성이나 금리가 높아 매력적이어서다. 또 항공기 한 대당 평균 가격이 1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 투입 비용 대비 수익성이 좋으면서도 가계·기업대출에 비해서는 리스크가 적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금융) 운용능력을 갖추려면 항공기 가치평가 시스템 및 자산 구조화, 사후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항공기금융 딜을 성사시킨 경험이 많아 진출에 따른 기대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각각 4,000만달러 규모의 ‘쓰촨항공 딜’과 ‘에미레이트 B777 딜’을 완료했고 4월에는 IBK기업은행과 중국 항공기금융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중국계 항공기 리스 전문회사인 CMIG Aviation의 에어버스 A330 구매자금 일부(450억원)를 금융 주선하고 직접 대출도 했다. 지난해에는 제주항공의 항공기 구입자금 1,900만달러를 직접 대출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항공사인 사우디에어라인과 운용리스 방식이 적용된 4,000만달러 규모의 항공기금융 계약을 체결했다.
KB국민은행은 항공기금융 운용사에 전략적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KB금융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퀴티(PE)가 설립한 IMM크리안자에 직접 투자하거나 IMM의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 중이다. 지난해 국내 PEF 업계에 최초로 등장한 IMM크리안자는 항공기 정비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 역시 ‘일본형 오퍼레이션 리스(JOL)’ 방식으로 총 5,500만달러(약 615억원) 규모의 항공기금융 주선에 성공하는 등 항공기금융 시장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황정원·임세원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