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밥그릇 싸움에 산으로 간 건물안전법

'3층이상 필로티' 감리권 놓고

건축사 - 구조기술사 영역 다툼

상도유치원 등 사고 줄 잇는데

대응시스템 공백 불안감 커져




포항 지진 이후 정부가 건축물의 구조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말 필로티 건축물 등 지진에 취약한 건물에 대해 3층 이상 신축할 경우 건축 설계·공사감리 때 전문기술사와의 협력 의무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재는 6층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3층 이상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감리권을 두고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간의 이권 쟁탈로 당초 취지가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도유치원, 용산 상가 붕괴 등 건축물 안전에 대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시스템 미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필로티 건축물에 대한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이 9일 종료됐다. 현재 3층 이상 6층 이하 필로티 건물의 감리권은 건축사가 도맡아 하고 있다. 새 법안의 핵심은 3~ 6층 필로티 건물의 감리권을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같이 하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업역 조정 과정에서 감리 협력 대상을 구조기술사에서 고급기술자로 자격을 낮추면서 발생했다. 고급기술자는 건축사는 물론 구조기술사보다 한 단계 낮은 직급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사가 자격 근거가 미비한 건축 관련 고급기술자로부터 감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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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모두 불만이다. 구조기술사는 “(고급기술자가 감리를 맡게 되면) 구조전문가가 감리한다는 지진 대책의 취지가 후퇴한다”는 입장이고 건축사는 “구조 분야의 감리권 침범을 인정할 수 없다”며 “관련 항목의 삭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는 감리 권한을 고급기술사로 낮춘 것에 대해 오류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재입법예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양쪽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안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6월 용산 상가 붕괴 사고 이후 거론됐던 ‘지역건축안전센터’ 도입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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