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혜택 막차 타자” … 한발 앞선 다주택자

<본지 이달 수도권 등록현황 분석>

정부 부동산대책 확정 늦어지며

전달 대비 日 임대등록 최고 4배↑

강남 이미 지난달 등록건수 넘어

규제전 대출 받으려는 움직임도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규제 방침을 밝혔지만 세부 방안이 늦어지면서 다주택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달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정부 역시 조만간 발표할 부동산 대책에 신규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대출 규제 강화 및 세제 혜택 축소 등을 담은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법 개정 전에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해 ‘혜택 막차’를 타려는 다주택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규제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및 경기도 주요 지자체를 대상으로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부 자치구는 이번 달 10일 간 등록 건수가 이미 지난 8월 한 달 간 실적을 추월했다. 서울 모 구청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등록 문의가 쏟아지면서 직원들이 자리를 뜨지 못할 정도이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은 9월 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신청 건수가 343건으로 이미 지난달 등록 건수인 342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발언 이후 신청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신청자가 몰리자 서고를 개조해 별도 상담 창구도 만들었다. 송파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송파구의 지난 8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은 288건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벌써 202건이 등록됐다.


강북이나 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종로구는 9월 신청 건수가 32건으로 10일도 채 안돼서 지난달 합계(52건)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용산구는 9월 들어 신청 건수가 301건으로 8월 신청 건수인 405건에 근접했다. 수도권인 과천은 이날 오전까지 26명(8월은 29명)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했다. 10일 간 등록 건수가 지난 8월 한 달 간 건수와 비슷하다. 광명시 역시 이달 들어 임대사업자 신청 건수가 150건으로 지난달 138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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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전 임대사업자 등록이 몰렸던 3월(1,562건)과 상황이 비슷하다”면서 “일 평균 신청건수가 50~60건으로 2.5배 정도 늘었는데 인력 보충이 없는 상태에서 소화하려다 보니 정신이 없다”고 털어놨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신규 등록된 임대주택 사업자수는 총 8만 539명으로 이미 작년 한해 신규 등록한 임대사업자 수(5만7,993명)을 넘어섰다. 9월 들어 등록자 수가 더욱 급증한 것은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등 임대사업자 등록의 이점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현재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고 내년부터 강화되는 종부세 합산에서도 배제된다. 또 재산세와 임대소득세, 건강보험료도 일부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대출을 조이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면서 규제 전 임대사업자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현재 정부는 임대사업자에게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비율을 적용하고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느긋하게 대출을 진행하시던 분들도 추석 전으로 잔금 치르는 날짜를 당기시는 등 혹시나 대출 규제의 대상이 될까 서두르는 분위기”라며 “받을 수 있을 때 미리 받아놓자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오히려 대출을 빨리 받아 주택 수를 늘리시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임대주택사업자가 투기를 조장하고 매물 잠김 현상을 유발한다는 판단 하에 정책 기조를 ‘장려’에서 ‘규제’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섣부른 발언과 대책이 늦어지면서 이 같은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면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윤선·이주원·이재명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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