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요리처럼 생각되지만 막상 집에서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요리가 바로 볶음밥이다. 특히 가정집의 약한 화력과 찰기 있는 쌀밥의 조합으로는 중화요리점 특유의 고슬고슬한 볶음밥 식감을 흉내 내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냉동 볶음밥들은 제대로 된 볶음밥이란 중국집에서나 맛볼 수 있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크게 바꿔 놓고 있다. 적당히 수분을 날린 냉동 밥은 마치 볶음밥으로 조리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며 수많은 ‘볶음밥 러버’들을 열광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200억여 원씩 가파르게 성장하는 국내 냉동 밥 시장을 견인하는 메뉴는 단연 볶음밥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숱한 식품 브랜드들이 냉동 볶음밥을 출시하며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가까운 마트만 가도 수십 종의 냉동 볶음밥을 만날 수 있는 이때, 이제 나올 만한 냉동 볶음밥은 다 나온 게 아니냐 싶던 이때, 신세계푸드(031440)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올반’이 야심 찬 출사표를 던졌다. 이 무슨 자신감인가. 궁금한 마음에 시식해보기로 했다.
우선 패키지는 대기업 브랜드답게 수십 종 냉동 볶음밥 사이에서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근사했다. 2인 분 패키지에 정가가 5,980원이니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올반의 냉동 볶음밥은 볶음밥의 기본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새우·김치·햄에그 3종으로 출시됐다. 자칫 밋밋해 보이지만 이른바 ‘별첨 소스’를 추가해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치 볶음밥에는 모짜렐라 치즈를, 햄에그 볶음밥 제품에는 데미그라스 소스, 새우 볶음밥에는 짜장 소스를 함께 담아 풍미를 더한 것이다. 올반 측은 이를 ‘화룡정점’이라고 표현했다.
시식은 다른 제품과의 객관적 비교를 위해 대다수 브랜드가 빠짐없이 출시한 김치 볶음밥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패키지를 뜯자 1인분씩 담긴 볶음밥과 모짜렐라 치즈가 각각 2봉지씩 들어있었다. 표기에 따르면 볶음밥은 180g, 치즈는 27g으로 밥의 양만 놓고 보면 많은 편은 아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라면 다소 부족하게 느낄 듯하고 여성에게는 딱 알맞아 보인다.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되고 프라이팬에 볶아도 된다지만 개인적으로 냉동 볶음밥 조리는 프라이팬 사용을 권한다. 달궈진 팬에 냉동 볶음밥을 쏟아부으니 타닥거리는 기름 소리와 함께 김치 향이 훅 올라오는데 그만한 애피타이저가 없었다. 3분 볶아진 뜨거운 밥에 하얀 치즈를 얹으니 금세 밥알 사이로 녹아내렸다. 예쁜 그릇에 담아내 완성. 한 입 먹으니 눅진한 치즈가 매콤한 김치볶음밥과 잘 어우러져 여느 식당 못지않은 맛이다. 특히 김치가 아삭 씹힐 정도로 충분히 들어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맛이 궁금했던 햄에그 볶음밥과 데미그라스 소스의 조합도 맛보았다. 조리 방식은 김치볶음밥과 똑같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 3분 볶으면 된다. 단 볶아진 밥 위에 그대로 치즈를 올리면 됐던 김치볶음밥과 달리 데미그라스 소스는 냉동 상태로 들어있어 별도의 해동 과정이 필요했다. 따뜻한 물에 몇 분 담가두면 되니 크게 번거롭지는 않지만 그마저 귀찮으면 볶음밥과 함께 볶아줘도 된다고 한다. 기자는 근사하게 먹고 싶은 마음에 굳이 해동해서 밥 위에 얹었다. 달콤한 소스는 볶음밥과 잘 어울렸다. 둘의 조합으로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었기에 별미라는 생각도 들었다. 소스를 뺀 볶음밥 그 자체도 흡족한 맛이었다.
결론적으로 올반의 냉동 볶음밥 3종은 맛과 식감이라는 음식의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었다. 냉동실에 넣어둔다면 밥하기 싫은 어느 저녁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가 돼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