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나 미국을 겨냥해 결속을 다질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12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행은 지난주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53개국 정상들을 만나며 체력을 소진해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압박을 받는 시 주석이 미국의 제재에 시달리는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나 중러 간 대미 전략을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경제 불안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핵 협상 지연에 따른 ‘중국 책임론’까지 지적받아 최근 방북이 무산됐다.
러시아 또한 미국의 대러 제재 강화로 러시아 통화 루블화 환율이 2년 반 만에 최고로 뛰는 등 경제 불안이 커지고 있어 주요 2개국(G2)의 하나인 중국측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기간 푸틴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전략적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하고 미국을 겨냥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미국이 주도하려는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6자회담 당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낼 가능성이 크다.
한 소식통은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의 가장 큰 손님은 단연 시진핑 주석”이라면서 “포럼 내용 자체보다도 중러 정상 간 회동이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도 회동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 관영매체도 시 주석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계기로 중러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중러 관계가 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하고, 평론을 통해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중러 관계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것”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러 간 무역관계가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면서 “러시아 극동지역 농산물들이 대두 등 미국의 작물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러시아로 떠났다.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