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대통령의 야당 압박… "민족사족 대의 앞에서 당리당략 거둬라"

"북미정상 통큰 구상·결단 필요" 구체적 행동 강조

평양 정상회담 동행 거부 등에 "초당적 뒷받침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에서 열릴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방문의 최대 목표인 비핵화 합의와 종전선언을 위해 북미 양국과 정치권이 진정성을 보여줄 것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 파견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돌파구를 찾은 만큼 어렵게 살려낸 불씨를 서로의 이해만을 앞세워 꺼트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야당이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와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거부한 데 대해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가장 먼저 남북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남북 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동선언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미 간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에 집중적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그래야 남북경제 협력과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추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화와 종전선언 모두 남북관계의 발전을 통해 시작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이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임을 밝혔다. 남북관계가 모든 문제를 푸는 시작인 만큼 반드시 진전을 보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산림·철도분야 협력을 비롯해 인적 교류 등 대북제재가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부터 남북 합의를 이행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남북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실천의 중요성을 비핵화 협상의 키를 쥔 북미에도 요구했다. 작년 11월 이후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 북한과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한 미국 양측의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이제는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다시금 물꼬를 튼 북미 관계가 더욱 촉진돼야만 비핵화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이 보유 중인 핵을 폐기하는,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려면 다시 한 번 북미 양 정상 간 통 큰 구상과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핵 폐기 실행과 미국의 상응 조치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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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 대통령은 국내 정치권을 향해서도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종전선언 등을 위한 행동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 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 북미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며 “국제적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초에 청와대가 평양정상회담 전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을 추진하고 국회와 여야 대표에 평양동행을 제안한 것은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논의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한 채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논의를 남북정상회담 뒤로 미루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국회의장단이 평양 초청을 거부하며 사실상 국회의 협력은 전혀 얻지 못한 상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남북관계 발전과 비핵화, 종전선언을 앞당겨도 국회의 지지 없이는 지금까지의 ‘중재자’ 내지는 ‘촉진자’ 역할은 명분을 잃는다. 문 대통령이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란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을 국회 회담의 단초를 여는 좋은 기회로 삼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참모들 또한 호소에 나섰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밝히며 여야 대표 등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설득하고자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이 국회를 찾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국회와의 협력을 놓고 청와대가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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