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광주공장' 팔 비튼 이용섭] 삼성 내부선 이미 불가 결론 났는데...정치 논리에 희생당하나

전장사업·프리미엄 라인 확대 요구

사업장 현황·입지 여건과 안 맞고

계획에 없던 투자 추가 집행해야

"기업 상황 고려 않은 억지" 지적

이용섭(가운데) 광주시장이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김현석(왼쪽)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이용섭(가운데) 광주시장이 1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김현석(왼쪽)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섭 광주시장이 11일 삼성전자에 전장산업 및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요청한 것에 대해 재계는 기업의 투자가 정치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는 무관한 만큼 신규 투자를 추가 집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이용해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연금 사회주의에 이어 투자 사회주의라는 말까지 나오겠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억지 주장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는 국내에만 130조원을 쏟아붓기로 한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5세대(5G) 통신장비 등 4차 산업 관련 먹거리에 투자가 집중된다. 광주 사업장의 경우 에어컨·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가전 일부를 생산할 뿐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광주 사업장의 김치 냉장고 노후 라인을 철수하는 등 원가 경쟁력을 위해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광주는 이 시장이 요구하는 전장 및 AI 관련 투자가 이뤄지기 어려운 입지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나마 가전 생산공장이니까 한국에서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증설은 가당치도 않다”면서 “대거 베트남으로 생산지를 옮긴 휴대폰과 달리 생활가전은 물류에 어려움이 있어 그나마 국내에서 생산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논의 중인 광주형 일자리를 삼성과 연계하는 것 자체가 억지라는 평가도 있다. 이 시장은 전장사업 강화 차원에서 삼성과 현대차와 협업해 일자리 창출을 모색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전장사업은 반도체 칩에 한정돼 있다. 생활가전공장인 광주에서 삼성전자가 전장사업과 관련해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사항이 없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해 수원·기흥·평택을 잇는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투자 계획을 마련해놓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투자 및 고용 발표를 하기 전에 이미 각 사업장의 현황과 입지 등을 다 검토했고 결국 광주는 안된다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면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지방자치단체 수장이 개입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미 투자 규모가 정해진 상황에서 광주에 새로운 투자를 단행하라는 것은 결국 파이를 뺏는 일”이라며 “다른 지자체와의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어쩔 수 없이 투자 결정을 한다 해도 이 시장이 요구한 전장산업 등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전장 사업은 반도체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고 현재 상황에서 광주에 공장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AI 등 미래 산업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시장이 첫 기업 방문으로 삼성전자를 택한 것은 전임 시장과의 차별화를 노린 정치적인 행보로 읽고 있다. 전임 윤장현 시장이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를 외치며 자동차 생산에 주력했다면 이 시장은 삼성전자를 압박해 미래 산업 투자 유치라는 성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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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은 ‘일자리 시장’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삼성그룹이 지난달 8일 미래성장 구축을 위해 3년간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데 대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삼성이 집중 육성할 4개 산업에 포함된 자동차 전장부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20대 총선 공약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고 지난해 7월 밝힌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이기도 하다. 이 시장은 명분은 충분히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14일 삼성의 투자계획 발표 직후 열린 시 간부회의에서 “삼성그룹 미래형 신산업 투자계획에 자동차 전장분야 투자계획이 포함돼 있다”며 “광주에는 삼성전자 공장과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고 자동차와 가전부품 기업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가장 자동차 전장 분야의 투자 적지로 꼽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고 광주시는 전했다.

이 시장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바로 거부할 수도 없다. 이 시장의 정치적인 입지도 있지만 전임 시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또다시 유지되면 곤란하다는 내부 판단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광주사업장 가전라인 일부가 폐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지역사회의 우려감이 높아지자 시가 삼성에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등 강한 불만을 토로했기 때문이다. 전임 시장이 삼성전자와 면담까지 했지만 원칙적인 얘기만 오갔고 불편한 기류가 형성됐다. 삼성전자에 돌아선 전임 시장은 현대·기아차에 지극정성을 들였다. 기아차 노사 핵심관계자를 영입해 시정의 중책을 맡겼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비공식 면담을 갖기도 했다. 지역 기업들 사이에서는 “지역기업 가운데 기아자동차만 지나치게 편애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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