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로터리] 인재전쟁과 공정채용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케임브리지대에서 신학을 공부한 찰스 다윈은 해군측량선에 승선해 남미와 호주 등지를 탐사하며 동식물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러다 그의 나이 50세에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을 발표했다. 그런데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자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유기체인 조직 역시 진화를 거듭하며 지난한 생존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디슨이 설립해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미국의 제네럴일렉트릭(GE)이 지난 6월 다우존스지수에서 제외되자 전 세계가 ‘영원한 승자는 없다’며 놀라워했다. 또한 액센츄어 자료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평균 수명이 1990년에는 50년이었으나 2010년에는 절반 이하인 15년으로 줄었다고 한다. 기업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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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존하는 조직들은 어떤 비결을 갖고 있을까. 많은 학자들은 다양한 가설과 근거를 가지고 답을 내놓지만 공통적인 귀결점은 결국 ‘사람에게 답이 있다’는 것이다. 조직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그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인재 확보가 조직 성패의 핵심이므로 우량 조직들은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한 인재전쟁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우량 기업과 주요 선진국 정부들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정보를 융합해 응용할 수 있는 사고력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선발 방식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선발 기법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채용 과정에 직무 역량과 무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된다면 우수 인재를 선발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정채용 원칙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며 치열한 인재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도 연고주의가 채용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우리 사회에 있는 실정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취업포털 사람인의 올해 7월 조사)에서는 구직자들의 60%가 기업의 채용 공정성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채용 시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구직자도 53%에 달했다. 얼마 전 일부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은 채용 과정에 반칙이 작용했음을 보여줘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제 우수한 미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채용의 공정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데 채용 담당자가 실제 채용을 진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으며 실무 경험이나 정보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정채용의 확산 및 정착을 지원하고자 공정채용의 노하우를 담은 ‘공정채용 가이드북’을 출간했다. 여기에는 채용공고·원서접수·면접시험 등 각 채용 단계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각종 시험에서 적용한 우수 사례, 그리고 채용 담당자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공정채용 가이드북이 공공 및 민간 부문에 공정채용을 정착시키는 데 보탬이 되기 바란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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